프랑스 대선에서 드러난 교회의 분열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나타난 (가톨릭) 교계 표심에 대한 기사.

세계 각지에서 보이는 양극화의 물결은 프랑스 카톨릭 계도 예외가 아닌듯. 강력한 세속주의를 기반으로 한 나라 프랑스에서도 종교/윤리 문제가 이번 대선에서 이슈가 되었다는 내용이 흥미로워 저장해 둔다.

프랑스 대선에서 드러난 교회의 분열 (가톨릭 뉴스, 5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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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nuel Macron (19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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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펜이 극우세력?

어제 르펜 이야기를 꺼낸김에 하나만 더.

르펜의 정책을 들여다보면 국민전선을 단순히 극우 정치세력이라고 보는게 맞는지 헤깔린다. 이제 좌/우 라는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게 한계에 다다르지 않았나 싶다.

관련기사
I read the French far-right party’s platform, and it gets one big thing absolutely right, VOX, 2015년 1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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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국민전선의 핵심 아젠다는 반이민이다. 마린 르펜이 아버지 르펜을 제명하면서 나치 찬양에서 거리를 두고 있지만, 르펜의 주장은 여전히 위험수위이다. 프랑스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는 무슬림을 2등시민으로 보는 관점은 극단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이민 문제를 제외하고 보면 어떨까?

이를테면 국민전선은 국방비 지출을 늘여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들이 말하는 내용은 GDP의 2%, 즉 NATO의 권고 수준을 충족하는 정도이다. 그리고 감옥을 증설하고, 낙태를 반대하고, 동성혼과 소수자 우대 정책을 반대하는 이야기는 미국 우파 기준으로 보면 새로운 주장도 아니다.

복지와 금융 쪽으로 가면 더 헤깔리기 시작한다. 르펜은 투자은행과 commercial bank를 분리해야한다고 주장하고 금융거래세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이부분은 심지어 (미국 우파에게 빨갱이라고 불리는) 앨리자베스 워랜과 비슷한 주장이다.

복지 부분에서는 (우파 관점에서) 퍼주기 식이다. 내가 보기에도 재원조달에 의문이 들 정도다. 불법 체류 여하를 막론하고, 아이를 세명 이상 낳은 어머니는 복지혜택을 다 누릴 수 있다. 자녀세금 공제 증가, 유치원 관련 정부기금 확대가 주요 공약이다. 관세를 매기고 프랑스 공장을 다시 살릴 것 이기에 공약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국민전선의 입장이다.

(르펜은 예전에 오바마 대통령에게 국민전선이 미국 민주당보다 진보적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경제 쪽에서 가장 큰 공약은 유로를 더이상 쓰지 않고 프랑을 다시 쓴다는 약속이다. 국민전선은 무려(!) Milton Friedman을 인용하면서 이 이야기를 한다. 잘 알려진 대로 프리드먼은 유로존이 단일 화폐 지역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예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사실 좌/우 논쟁에 별 관심이 없기에 그런가 보다 한다. 내게 가장 걸리는 부분은 nationalism의 부활과 EU의 미래다.

기원을 따지자면 EU는 정치적으로 기획된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이다. 내가 이해하기로 경제적 통합은 유럽의 결합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추가적인 끈 같은 거였다. 양차 세계 대전 이후에 이데올로기로 끊임없이 싸운 유럽을 평화롭게 만들자고 로마에 모여서 결의한것이 출발이었다. 그런 배경으로 인해 EU는 경제 공동체 임에도 상당수의 의사 결정이 정치적인 이유로 이루어진다.

이번 프랑스 대선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만약 르펜이 승리한다면, EU 그리고 크게보면 세계화의 미래가 불확실해지기 때문이다. 르펜이 당선에 실패한다고 하여도 브렉시트 때도 계속되온 EU의 한계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이제는 불가피해보인다.

브렉시트/트럼프와 르펜의 유사점과 차이점

네덜란드 선거는 이번주이고, 프랑스 대선은 다음달이다. 몇 주전부터 정리해보려고 맘먹었는데, 도무지 짬이 안났다. 한국 뉴스 따라잡기도 버거웠던 지난 주였기도 하고. 그래서 어설프지만 너무 늦어지기 전에 끄적이기로 결심.

우선 배경 설명으로 프랑스 대선에 관련 지난 포스트는 아래 링크 참조.

다가오는 프랑스 대선, 3월 3일자 포스트

관련기사 : The Economist | French politics: Fractured

Nationalism 또는 소위 ‘포퓰리즘’으로 분류되는 브렉시트/트럼프와 르펜은 여러가지 유사점이 있다.

세계화에 뒤쳐진 ‘잊혀진’ 사람들의 반란, 반이민정서/반이슬람정서에 기반, 기성정치에 대한 심각한 불신과 아웃사이더에 대한 선호,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선거 운동.

지난주 이코노미스트지는 르펜의 국민전선 지지도와 실업률 지도를 같이 보여주는데, 직업전선에서 소외 당한 사람들이 국민전선을 지지하는 모양새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아래 도표 참조)

런던과 타지역의 투표 양상이 상이했던 브렉시트에서 처럼, 파리와 타지역의 투표 양상은 판이하게 다르다. 아래 도표는 파리에서 멀어질 수록 국민전선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국민전선의 지지자는 트럼프/브렉시트 지지자와 유사하게도 저학력층이 다수이며, 남성지지자가 월등히 많다.

이제 차이점을 몇가지 꼽자면 아래와 같다.

우선 프랑스에서 nationalism은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는 것. 좀 의외이긴 한데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노동법이 강하고, 청년실업률이 높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다. 최근 유럽경기가 살아나는 추세라고는 하나, 새로생긴 일자리의 80%가 비정규 단기 (심지어는 한달 미만) 직업이기에 젊은이들의 좌절감이 크다.

관련 포스트: 마린 르펜을 지지하는 젊은이들, 3월 1일자 포스트

둘째는 옆나라 독일과 비교되는 프랑스의 위상 추락이다. 유럽을 이끄는 독일에 비해 프랑스의 각종 경제 지표는 지난 15년간 제자리 걸음이다. 이를 프랑스인들은 décrochage, 즉 decoupling이라고 한다.

또 Euroseptic의 관점으로 이를 볼 수 있다. 민주주의를 자신의 나라에서 이뤄지는 일들에 대해 국민들이 의사 결정을 하는 과정이라고 본다면, EU는 비민주적인 의사 결정체이다. 마린 르펜은 줄곧 유럽통합은 이뤄질 수 없는 망상일 뿐이고, 각 나라의 sovereignty 주권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서는 예전에 브렉시트 때에 올린 글로 설명을 대신한다.

관련 포스트: Euroseptic의 관점에서 본 브렉시트, 2016년 7월 2일자

이래서는 프랑스가 너무 자존심이 상한다. 프랑스는 누가 뭐래도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의 나라이다. 프랑스의 정신은 어디로 간것인가. 바로 르펜이 강조하는 내용이 이것이다. 르펜은 프랑스의 정신과 국민전선의 정체성을 연결시킨다. 르펜은 남부에서는 반 이슬람을 말하고, 소위 프랑스의 러스트 벨트인 북동쪽에서는 반세계화를 그리고 위대한 프랑스 재건을 말한다.

이는 마린 르펜이 아버지 장 마리 르펜에게서 당을 물려 받으면서 리브랜딩(?)을 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마린 르펜은 나치를 찬양하고 유대인을 혐오했던 아버지의 색을 빼는데에 주력해왔는데, 심지어 마지막에는 아버지를 당에서 제명시키는 강수를 둔다.

르펜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결선투표를 하는 프랑스 특유의 선거제가 아니라면, 지지율 기준으로 국민전선은 제1 당이 되었을 것이다. 이는 르펜이 없던 이야기를 했던 것이 아니라, 이전의 프랑스의 정신을 끌어다가 자신의 당의 정체성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소위 laïcité 라이시테라는 프랑스 특유의 세속주의는 반이슬람 정서와 맞물려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관련해서 이전 포스트: 프랑스와 세속주의 laïcité 라이시테, 2016년 8월 30일 포스트

르펜의 반무슬림 정책이 네덜란드의 반 무슬림 정당 PVV의 Geert Wilders의 정책과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기도 하다. 또 세속주의의 강한 전통을 가진 프랑스와 달리 네덜란드는 기독교 기반의 정치 전통이 최근까지 있었던 나라이기도 하다.

르펜은 RNW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RNW는 네덜란드 언론이고 해당 인터뷰는 2011년에 이뤄졌다.

“그게 바로 제가 Geert Wilders와 다른 점입니다. 그는 꾸란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이슬람을 반대합니다. 문자 그대로 꾸란이나 성경을 해석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나는 (프랑스 정신을 벗어나는) 법을 제정하려고 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에 반대합니다. 샤리아법은 프랑스의 원칙, 가치관, 민주주의와 공존할 수 없습니다.”

“That’s the difference between Geert Wilders and me. He reads the Qur’an literally: you can’t interpret the Qur’an – or indeed the Bible – literally. I resist fundamentalists who want to impose their will and law on France. Sharia Law is not compatible with our principles, our values or democracy,”

source: https://www.rnw.org/archive/le-pen-says-shes-no-wilders

르펜의 정치관 동의 여부와 별개로 르펜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가 참 명민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느낌까지 주는 몇몇 (사실상 대다수의) nationalist들과 달리 르펜은 자신이 하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정확히 알고 말을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그리고 트럼프 등장 훨씬 전부터도 반이슬람, nationalism의 기수 역할을 해왔던 르펜의 존재감으로 나타난다.

르펜은 어린 시절부터 (극우 정치인의 딸이라는 이유로) 왕따로 커왔고, 두차례 이혼을 겪으면서 생활 정치인으로 홀로 섰다. 우는 아이들을 보며 화장실에서 라디오 인터뷰를 했던 에피소드도 유명하다. 그는 테러의 위협을 겪으면서도 권력에의 의지를 놓은 적이 한번도 없다.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가능한 일로 만든 르펜의 도전에 이제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르펜 개인사에 관한 취재 기사 : MARINE LE PEN, L’ETRANGERE, Magazine 1843

다가오는 프랑스 대선

이번주 이코노미스트지 메인 사설을 공유한다. 그리고 요즘 하는 생각도 덧붙인다.

France’s next revolution: The vote that could wreck the European Union (the Economist, 3월 4일자)

두달 앞둔 프랑스 대선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이제 좌/우 대결이 아닌 열린사회/닫힌사회의 대결로 세상이 바뀐다고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 해왔는데 그 축소판이 이번 프랑스 대선이다.

‘Frexit’를 내걸고 ‘프랑스 우선주의’를 말하는 르펜이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이고, 그에 대응하여 유럽연합을 지켜낼 사람으로 떠오른 인물은 39세 마크롱이다. 마크롱 역시 고작 작년에 En Marche! 당을 창당한 아웃사이더.

좌파 사회당과 우파 공화당이 바꾸어가며 집권하던 프랑스 정치지형을 생각하면 참 생경한 선거가 될 것 같다. 기존의 프레임으로 보면 르펜을 극우, 마크롱을 중도좌파 정도로 봐야 할 텐데, 그런 식의 프레임이 그다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극우로 분류되는 르펜은 여성 인권과 히잡 금지를 동일 선상에 놓고 말하고, (일부) 동성애자들의 지지를 받는다. 중도좌파 마크롱은 친기업적인 정책을 이야기 하고 노동법 완화를 말한다. 좌/우파 (또는 보수/진보) 프레임으로 바라보면 잘 이해도 가지 않고, 어쩌면 표를 얻기 위한 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논리적인 방향성과 토대가 있다.

히잡관련 이전 포스트
프랑스와 세속주의 laïcité (라이시테) 2016년 8월 30일 포스트

선거 결과는 어찌될까?

이코노미스트지는 여론조사를 근거로 르펜의 당선이 어렵다고 본다. 그런데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을 겪고 나니, 과연 그럴까 싶다. 게다가 양자대결 여론 조사에서도 르펜은 꾸준한 상승세. 물론 르펜 당선, 아직 갈길이 멀다. 그치만 동시에 가시권에 들어왔다.

정치에 별다른 스탠스가 없다. 특히 보수/진보 논쟁에는 별로 개입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러나 소위 nationalism으로 분류되는, 애국심을 말하는 분들은 좀 무섭다. 파시즘의 향기가 느껴진다고 하면 내가 너무 예민한 탓일까.

내가 이해하기로 파시즘은 nationalism과 궁합이 잘 맞는다. 그리고 전체주의와 맞닿아 있다. 파시즘의 뿌리는 자신이 속한 집단이 희생자라는 태도, 자신의 집단에게 피해를 가져다준 (또는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상정한) 적을 만드는 일, 그 적을 법률/도덕의 적용범위 안에 두지않는 자세, 이성이나 지식보다는 자신이 신뢰하는 지도자의 직감을 우월하게 보는 믿음, 힘에 대한 과도한 숭상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 참 무력함을 느끼는데, 아무래도 내가 먹물 끄나풀 정도 되는 사람이라서 그럴지 모르겠다. 이데올로기 광풍을 겪었던 20세기 초반 지식인들은 지나치게 무력했다.

예전에 내게 파시즘과 홀로코스트는 너무나 초현실적이었다. 아우슈비츠 옆에 산처럼 쌓인 신발/머리칼/안경/이빨 같은 풍경들. 그런게 어찌 공감이 될 수가 있겠는가.

다시 한번 옛날 책이나 뒤적여 볼 생각이다. 관심갖고 읽으려고 모아둔 책은 아트 슈피겔만 ‘Maus,’ 한나 아렌트 ‘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 커트 보네거트 ‘Slaughterhouse 5’

언제나 그렇듯이 책 만 사두고서 장식품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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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르펜을 지지하는 젊은이들

마린 르펜과 그의 국민 전선을 지지하는 젊은 층에 대한 심층 취재 기사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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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Le Pen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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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rench millenials marching behind Marine Le Pen (New Stateman, 2월 21일자)

미국과 유럽의 nationalist들에게 애국심이라는 키워드는 만능이다. 이들은 프랑스를 다시금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르펜의 연설에 열광한다. 트럼프와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그러했듯이 그들은 위대한 과거로의 회귀를 꿈꾼다. 기존의 정치가들에 대한 환멸과 새로운 정치에의 희망이 그들에게 동일하게 비치는 건 우연일까.

한 20대 젊은 여성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프랑스 접경지역에 사는 이 여자는 룩셈부르크에서 일하고, 가끔 독일에 쇼핑하러 간다. 그녀는 ‘Frexit’를 지지하지만, 지금처럼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일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We’ve never had problems to work in Luxembourg. Why would that change?” (정말 거기서 끝날까?)

설명을 덧붙이자면, 르펜은 공약집에서 생겐 조약을 없애고 대체하는 다른 정책(?)을 펼치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름만 바꾼 생겐으로 밖에 읽히지 않긴 하다만… (르펜의 155 공약집 링크)

핵심 지지층이 정책 실현의 가능성이나 디테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애국심’, ‘정체성’에 집중하고 ‘이민문제’를 화두로 삼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프랑스의 수영복 전쟁

미국은 다문화국가이다. 처음 미국 왔을 때 미국이 다문화국가임을 시각적으로 느낀 적이 있다. 수업시간에 히잡과 터번을 쓴 아랍계를 봤을 때이다. 미국에서 히잡을 쓴 아랍계, 터번을 쓴 시크교도, 키파를 쓴 유대계, 육식을 금하는 인도계들과 어울려 살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곳이 미국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물론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의 무슬림에 대한 시각이 호의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복장이 주변인에게 위화감을 불러 일으킨다고 해서 (실제로 히잡이나 터번을 쓴 사람은 경계의 눈초리를 받기도 한다.) 복장을 금지시키지는 않는다. 미국인들은 자유에 대한 믿음이 강한지라, 사회에 위협이 되지 않는 선을 지키면 다른 사람에게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확고하다. 내가 느끼기에 소위 melting pot이라고 불리는 미국식 다문화주의는 다른 문화를 용인하며 (또는 무관심하거나 참아내며) 지내는 dynamic한 잡탕찌개 상태이다.

그런 미국인의 시각으로 프랑스의 전신 수영복 부르키니 burkini 금지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미국 문화에 어느 정도 젖어들은 나도 마찬가지이고…) 요즘 프랑스 내에서도 이슈가 되는 burkini는 이슬람 스타일 수영복으로 전신을 가리는 형태의 수영복이다. 최근 프랑스의 15개 도시가 이를 금지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프랑스 경찰이 한 여성의 전신 수영복 burkini를 강제로 벗기는 사진이 온라인에 공유되며 논란이 더욱 커졌다. (아래 NYT 동영상 참조)

http://nyti.ms/2bDGnZ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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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k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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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프랑스는 여성의 복장을 금지하는 이해하기 힘든 조치를 취하는 것일까. (더 이상한 건 프랑스인의 64%가 burkini 금지를 찬성한다는 것이다.)

우선 프랑스와 미국은 타문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다른 문화와 종교에 대해 그다지 간섭하지 않는 미국과 달리, 프랑스는 세속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나라이다. 프랑스는 1905년 카톨릭과의 갈등 이후 세속주의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를 프랑스어로 laïcité라고 한다. 원칙적으로 종교적 행위는 공적인 자리에서는 금지된다. 이 원칙에 근거해서 프랑스에서는 유대인의 키파와 아랍계의 히잡 착용이 공립학교에서 금지 되었다. (2004년) 2010년에는 공공장소에서 니캅(눈만 남기고 모든 부위를 가리는 아랍 여성 의상) 착용이 금지되기도 했다.

세속주의 뿐만 아니다. 프랑스가 중요하게 여기는 또다른 가치는 ‘여성의 평등’이다. 프랑스인의 관점에서 여성의 몸을 가리는 아랍계 의상은 여성의 권리를 억압하는 일이다. 히잡/니캅/burkini를 금지하는 일을 남성중심주의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것의 연장선상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프랑스인에게 ‘여성의 평등’이라는 가치는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를 우선한다. 2014년 유럽인권재판소 (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에 올라온 SAS v. France 건 판결은 이러한 프랑스의 논리에 손을 들었다. 판결은 공공장소에서 니캅과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프랑스법을 인정해주었다.

최근 burkini 논란은 또한 프랑스의 안보위협과도 연결되어 있다. 말이 안되는 이야기 같지만, 프랑스 정치인들은 전신 수영복 burkini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말한다. 아랍복장을 공공장소에서 착용하는 행위는 이슬람 극단주의자임을 드러내는 일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정치인들은 이를 순수하게 표현의 자유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를 프랑스 정부의 권위에 도전하는 정치적인 행동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쉬운일이 아니다. 연이은 테러 사건으로 프랑스에는 극도의 긴장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일부 이슬람 전문가들은 burkini가 이슬람 극단주의를 구분하는 선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정통 이슬람에서는 여자들이 공공장소에서 수영을 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상황에서 이러한 주장은 공허하게 들린다. 며칠전 대선출마를 선언한 사르코지도 학교에서 무슬림 복장을 금지하는 것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프랑스의 정체성 논란은 내년 프랑스 대선에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의상에 대한 논란은 그 중에 하나이다.

관련 포스트
프랑스의 수영복 전쟁
프랑스와 세속주의 laïcité (라이시테)
여성의 의복과 종교에 대한 단상들
이슬람 여성 복장을 둘러싼 논의를 살펴보면서…
일상이 된 테러의 위협

참고자료
이슬람 세계와 ISIS의 단절을 위한 과제 – 여성 인권, 산타크로체님 블로그
Burkini bans in France have sales of full-body swimsuit soaring, says designer, the guardian, 8월 23일자
Why the French keep trying to ban Islamic body wear, the Economist, 8월 23일자
When a Swimsuit Is a Security Threat, NYT, 8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