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법조계 엘리트들의 반격

요즘 트럼프 대통령 탄핵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뜨겁다. 뉴스를 보면 매일 매일이 정치 미드를 보는 것 같다.

최근에는 FBI 국장 코미의 메모로 인해 탄핵 impeachment 이라는 i-word를 정치인들이 거론하기 시작했다. 탄핵이라는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성사 가능성이 작다. 그렇지만 최근 트럼프가 위기를 맞은 것은 워싱턴 법조인들의 반격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워 간단히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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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Comey (196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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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정가는 캐피탈 힐에 있다. 지금까지 네번 가보았다.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흰색의 건물들과 정갈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3년 전에 부모님을 모시고 방문했을 때는 킹목사 동상 주변으로 여유롭게 조깅을 하는 젊은 백인을 보았다. 그래서 인지 캐피탈 힐을 생각하면 조깅하는 젊은 엘리트 백인이 그려진다. (윈터솔져에서 캡틴아메리카도 그 주변을 조깅 했는데, 캡틴 아메리카의 얼굴도 떠오른다.) 포토맥 강변을 따라 위치한 DC 지역 근방은 고급 주택들도 즐비하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인, 로비스트, 그리고 법조인들이다.

스미스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을 한 블럭 벗어나면 FBI 본부와 법무부가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식당가가 있다. 그곳 식당가에서 식사를 할때 마주치는 사람의 (조금 과장해서) 열에 아홉은 법조인이다. 이 지역은 바로 트럼프가 해고했다가 역풍을 맞은 두 법조인이 활동한 공간이기도 하다. 한명은 FBI 국장 제임스 코미이고 다른 한 명은 법무대행 샐리 예이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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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ly Yates (196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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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들은 사업가들과 다르다. 이익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사업가들과 달리 그들은 절차와 규정, 그리고 문서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로펌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제임스 코미는 메모광으로 유명하다. 부시 정권에서 워싱턴 법조인으로 입문한 그는 민주당으로 물갈이 되는 와중에도 살아남은 인물이다. 그가 커리어를 연장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부시정권에서 고문에 반대했다는 것을 꼼꼼히 기록으로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 그가 남겨둔 메모들은 의원들이 트럼프를 공격할 빌미가 되었다.

또다른 법조인은 샐리 예이츠 이다. 예이츠에 대해서는 예전에 포스팅을 한적이 있다. 트럼프가 무슬림 7개국 출입국 금지 조치를 추진할 때, 발목을 잡힌 계기 중에 하나가 된 사람이기도 하다. 며칠 전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예이츠는 법적인 전문성을 살려서 조목조목 근거를 대며 트럼프 행정명령의 위헌성을 논쟁했었다. (관련 기사 및 동영상)

예이츠 관련 이전 포스트
No 라고 말할 의무 (2월 1일자 포스트)

그러니까 이제 트럼프의 싸움은 법조인의 영역으로 진입한 셈이다. 선거나 부동산 개발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법률가들의 세상은 절차, 문서, 그리고 규정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사업을 하며 수차례 소송을 경험한 트럼프가 왜 법조인들과의 싸움에서 (지금까지는) 이렇게 무력할까. 워싱턴의 법조인과 대통령의 관계는 의뢰인과의 변호사처럼 비밀 보장을 전제로한 계약 관계가 아니다. 그들은 대통령에게 고용된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국가에 충성할 것을 서약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계약과 금전 관계가 아닌 자신의 커리어와 reputation 때문에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트럼프는 처음 무슬림 입국 조치를 추진할 때, 줄리아니 (그역시 법조인) 를 불러서 무슬림 금지 조치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세련되게 다듬어 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코미를 불러서도 자신에게 충성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니까 그는 워싱턴의 법조인들을 개인 변호사 쯤으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다. 정계가 그렇게 간단한 곳은 아니다.

흥미롭게도 앞으로 전개될 일에서도 중요한 인물들은 법조인들이다. 우선 다음달 청문회 출석이 예정된 코미가 그 중심 인물 중에 하나이고. 이번 코미 해고 사태를 전후로 새로 떠오른 인물 Rod Rosenstein이 또 다른 등장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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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d Rosenstein (19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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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d Rosenstein 역시 정치색이 강하지 않은 워싱턴 법조인이다. 법무부를 통해서 이뤄진 코미 해임 사태는 원래대로라면 법무장관 제프 세션스가 중심이 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제프 세션스도 러시아 관련 의혹으로 이번일에서 직접 나서지 못했고, 대신 차관인 Rod Rosenstein이 나섰다. 처음에 코미 해임을 건의했다고 알려진 것도 Rod Rosenstein이고 (물론 나중에 트럼프가 자기 입으로 자기가 코미를 해임했다고 말해서 이도 유야무야 됐긴 하다.) 그리고 특수 검사 Robert Mueller를 임명한 것도 로젠스타인이다. (출처 wikipedia)

글쎄다. 워싱턴의 복잡한 셈법으로 트럼프가 로젠스타인을 희생양으로 낙점한 것일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워싱턴 법조인이 그리 naive할리 없다. 로젠스타인도 어떤 면에서 보면 특수검사 뮬러를 자신의 방패막이로 삼은 셈이니까.

관련 기사

JAMES COMEY AND THE REVENGE OF WASHINGTON’S PROFESSIONAL CLASS, the New Yorker, 5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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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라고 말할 의무

2015년 법무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이 샐리 예이츠 내정자에게 물었다.

“대통령이 부적절한 행위를 요구한다면, no라고 하실 수 있나요?”
“네, 저는 법무장관에게는 대통령에게 헌법에 기반해서 독립적인 법적 조언을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그녀는 자신이 답변한 대로 행동했다.

그 질문을 던진 제프 세션스가 트럼프의 법무장관 내정자가 되었다. 이제 그가 답할 때라고 생각한다.

2015년 청문회 동영상 첨부는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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