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자금 모금 기록을 세운 보궐 선거

오늘 치뤄지는 우리 동네 보궐 선거는 엄청난 선거 자금이 모여서 화제이다. 몇주 전만해도 3천만 불이라고 들었는데 오늘 기사에 따르면 5천 5백만 불이라고. 참고로 대선때 트럼프 광고비 총 지출액이 2천만 달러가 조금 못된다. (출처: elections.ap.org/content/ad-spen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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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중간선거가 있어서 보궐 선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데, 이번에는 트럼프 신임 투표의 성격이 부각되면서 그리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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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전국 민주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후보 Ossoff에 엄청난 후원금을 보냈고, 최근에는 이에 위기감을 느낀 재벌들이 super PAC으로 몇천만불을 공화당 후보 Handel에게 기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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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신임투표의 성격을 띠면서 지역구에 투표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후원금을 보내면서 이렇게 되었다. 결과는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 시점에서 확실한 승자는 애틀란타 신문사와 방송국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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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이글은 어제 올린 글이고 결과는 공화당 후보 Handel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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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en Handel (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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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6선거구 보궐 선거

내일은 내가 사는 조지아 6선거구에 보궐 선거가 있다. 선거는 미국 하원 선거 역사상 가장 비싼 선거 비용을 기록했다. 양 후보를 합쳐서 6천만 달러의 자금이 모였다고 한다. 참고로 트럼프가 대선 때에 광고비로 쓴 지출의 총액이 2천만 달러가 조금 못된다. (출처: http://elections.ap.org/content/ad-spending ) 그래서인지 요즘 우리 동네 티비는 지겹도록 선거 광고이고, 메일박스는 매일 선거 팜플렛으로 가득찬다.

미국은 중간 선거가 있기 때문에 보궐 선거가 큰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대부분 이전 선거에서 이긴 후보의 당이 이긴다. 2014년 이후 결과가 뒤집힌 선거는 아직 없다. (출처: http://editions.lib.umn.edu/smartpolitics/2017/04/16/study-1-in-5-us-house-seats-flipped-in-special-elections-since-1941/)

이번 선거가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우선 트럼프 당선 이후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이 민주당으로 바뀔 가능성 때문이다. 이 동네는 탐 프라이스가 하원 의원이었는데, 트럼프 정권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발탁되면서 공석이 되었다. 조지아 6 선거구는 1979년 부터 죽 공화당이었고 깅리치의 지역구 였기도 하다.

선거에 대한 관심사가 전국적으로 집중되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일종의 트럼프 당선에 대한 복수(?) 같은 느낌으로 자원봉사도 하고 선거운동도 하는 모양이다. 얼마전에는 심지어 사거리에서 Ossoff (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이 선거 운동을 벌이는 모습을 보았다. 지난 대선 때도 이렇게 뜨겁지는 않았다. Ossoff는 고작 서른살 청년이고 첫 선거 출마이다.

이 지역이 관심을 받는 또다른 이유는 고학력 유권자들의 향후 표심을 가늠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미국 전국에서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대졸인 지역은 딱 15군데인데, 그중 하나가 조지아 6선거구 이다. 그리고 이 동네가 15군데 중에서 유일하게 공화당 지역이기도 하다. (미국은 학력이 높을 수록 민주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 치고도 유독 고학력자들이 많은 지역에서 고전했는데, 이 동네가 민주당으로 바뀐다면 중간 선거에서도 그러한 경향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는 오차범위 내의 박빙 승부이다. 나야 투표권이 없는 외노자 구경꾼이지만 그래도 우리 동네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니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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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soff vs. Karen (image source: Atlanta Journal-Constit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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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생활의 어두운 단면 – Crime in Atlanta

블로그 Santacroce의 세상이야기의 쥔장께서 애틀란타 아시아 갱단 범죄에 관련한 기사를 공유했다. 관심있는 이야기라서 덧글을 달았는데, 이곳에도 저장해 둔다.

Santacroce님의 포스트: 아시아계 미국 이민의 이면: 너드가 되지 못한 애틀랜타 아시아 10대의 운명

economist 원문 기사: Fighting back (2015년 6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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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economist 원문 기사)

내가 쓴 댓글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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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란타에 사는 사람으로서 생각할 거리가 많은 기사를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애틀란타에 한인인구가 늘어난 것은 96년 애틀란타 올림픽을 전후해서입니다. 물론 2000년 이후 부터 현기차 공장이 들어서면서 조지아에 한국 기업이 들어오고는 있지만, 공장들은 도시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고, 자동차 업계가 현지 인력 고용이 많아서인지 인구 구성상에 영향은 크지 않았습니다.

애틀란타 올림픽 이후 이곳으로 유입된 한인들은 뉴욕이나 LA 쪽에서 힘들게 사시다가 이리로 밀려난 분들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남부는 물가가 싸서 뉴욕/LA 쪽에서 집한채를 판 돈이면 여기서 집을 사고 개인 사업체를 꾸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올림픽 특수 이후 몇번의 불경기를 거치며 자영업 기반의 한인들은 타격을 받았습니다. 특히나 한국 교민들은 특별한 기술이 없이 성실함을 무기로 열심히 일하면 보상받는 주유소/유통업/식당/서비스업에 많이 종사하는데, 아무래도 불경기에서는 자영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올림픽 특수를 보고 몰려들었던 한인들끼리의 경쟁마저 심해졌습니다. 한국에서 치킨집을 차린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된 거죠.

한인 교민 사회의 문제와 더불어 애틀란타 자체의 어두운 도시화의 일면도 애틀란타 아시아 갱단의 문제를 더 크게 한 것 같습니다. 애틀란타가 미국에서도 범죄율이 높은 도시인데다가 남부 물류의 중심지인 동시에, 코카인 등 마약 유통의 허브이기도 하니까요. 아무래도 부모가 자식을 돌볼 여력이 없고, 하루하루의 희망이 없는 저소득 계층은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높습니다. 한인 교민들은 대부분 영어가 안되기 때문에 자식들과 단절되기 쉽고 자영업의 특성상 쉬는 날없이 밤낮으로 일에만 매달려야 하는 경우가 많은 데 그렇게 방치된 청소년은 범죄조직의 인력풀이 되기 좋은 타겟입니다. 다만 애틀란타가 대규모 조직범죄가 있는 곳은 아니다보니 기사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소규모 갱단 정도로 자생하는 것 같네요.

여기다가 남부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도 한몫을 합니다. 문화/인종/언어적인 다양성이 높은 미국 동부/서부와 달리 남부는 아무래도 전통적인 백인과 노예의 후손인 흑인 이외의 다른 인종이 (미국 타지역에 비해) 적은 편이고, 아시아인은 외국인이라는 느낌으로 타자로 존재하게 됩니다.

기사가 사회의 부정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내용이다보니, 제가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만 늘어 놨네요. 누가 보면 제가 사는 애틀란타가 범죄의 소굴이고 총맞아 죽기 딱 좋은 곳으로 오해하실 듯 합니다. 사실 제가 사는 지역이 그렇게 위험한 곳은 아닙니다… ㅎㅎ 범죄자들과 일반인들은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어 마주칠 일도 없습니다. 애틀란타는 세상 모든 곳이 그렇듯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하는 평범한 도시죠.

결국 이민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고, 외국에 나가 보면 지금까지 한국 사람으로 한국에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누리는 혜택/보호막이 사라지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기 쉽습니다. 애틀란타의 아시아 갱단문제는 이러저러한 문제들이 엮여서 노출된 사회 문제의 단면 입니다. 다만 지역경제가 활력을 잃어 총체적인 난국이 발생한 일부 다른 지역의 예(디트로이트 라던가…)와는 달리, 애틀란타는 도시 자체가 활력을 잃은 것이 아니니 차츰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강세와 발음 – Atlanta, fantastic, coyote

내가 사는 동네는 미국의 아틀란타다. 그런데 아틀란타에 살면서 한가지 곤란한 점이 있었다. 그것은 한국인이 ‘아틀란타’를 제대로 발음하기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틀란타로 이사온 처음 몇달간, 미국 사람들은 내가 발음하는 ‘아틀란타’를 알아듣지 못했다. 발음기호대로 또박또박 애!틀!란!타!를 외쳐도 아무도 못알아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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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flickr)

내가 사는 도시 이름을 제대로 발음 못하는 것은 모양새가 빠져도 너무 빠진다. 그래서 미국인이 발음하는 소리를 유심히 들어보았다. 그랬더니 미국인들은 ‘앨~나’ 이렇게 발음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비슷하게 흉내내면서 ‘앨~나’라고 말하니 그제야 알아듣는다. 쓰여진 단어대로면 ‘애틀란타’라고 발음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되는 것일까?

미국인들이 Atlanta를 ‘앨~나’로 발음하는 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유: 2음절 강세단어

첫 번째는 강세 때문이다. Atlanta는 2음절에 강세가 있는 단어이다. 강세는 한국어에는 없는 것이다. 우리말은 기본적으로 모든 음절을 강하게 발음한다. 그런데 영어는 그렇지 않다. 단어에 고저/강약/리듬이 있다. 원어민은 발음 뿐만 아니라 강세까지 포함해서 단어를 인식한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발음을 하면 원어민은 그 단어를 알아듣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식으로 Atlanta를 끊어서 애!틀!란!타!라고 발음하면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다. 1음절인 ‘At’을 약하게 발음하고 2음절인 ‘lan’을 강하게 3음절의 ‘ta’는 아주 약하게 발음을 해야한다. 미국사람들은 강세가 없는 음절의 t발음은 거의 생략한다. 그러면 ‘애ㅅ나’가 된다.

강세는 신경쓰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우리 기준으로는 몰라도 알아듣는데에는 지장이 없기 때문에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원어민이 ‘앨~나’라고 말하면, 들을 때는 알아들었다고 해도 강세를 신경쓰지 않고 듣기 때문에 말할 때는 ‘애틀란타’라고 하게 된다.

비슷한 단어가 fantastic이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1음절에 강세를 주고서 ‘태스틱’이라고 발음한다. 그런데 강세를 1음절에 두고 말하면 원어민은 잘 알아듣지 못한다. ‘팬스틱’이라고 2음절에 강제를 두고 말하면 그제야 그들은 알아 듣는다. (내 경험담이다.) 발음을 신경쓰시는 분들은 fantastic의 f를 p와 구분해서 발음하는데 그분들도 강세를 틀릴 때가 많다. 이러면 발음은 굴리는데(?) 강세가 틀리니까 더 이상하게 들린다.

이런 예라면 정말 많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발음을 잘 못하는 단어 중에 하나가 coyote인데, 어떤 분이 발음을 굴려가면서 ‘코~요~테’라고 말해서 듣기가 좀 어색했던 적이 있다. 역시나 미국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한다. 그분은 본인이 혀를 덜 굴려나 싶었는지 한껏 오버해서 ‘코~요~테’를 다시 한번 말씀하셨다. 다시한번 서로 못알아 듣는 민망한 상황이 발생했다. 사실 미국식 발음으로 coyote는 ‘카리’라고 발음해야 한다. 게다가 이 단어는 2음절에 강세가 들어간다.

둘째 이유: 모음이 없는 소리

Atlanta가 발음이 어려운 데에는 중간에 들어간 t 사운드도 한 몫을 한다. 한국어는 기본적으로 모든 소리에 모음을 붙여서 발음을 한다. 그렇다보니 자음만 있는 소리에도 습관적으로 ‘~으’를 붙여서 발음한다. Atlanta의 경우는 ‘At’와 ‘lan’사이에 모음이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습관적으로 ‘At’와 ‘lan’ 사이에 ‘~으’를 넣어서 발음을 하려 한다. ‘앳~나’가 ‘애틀랜타’가 되면 3음절 단어가 아닌 4음절 단어가 된다. 이렇게 되면 원어민은 더욱 알아듣기 힘들어 한다.

‘~으’를 붙이는 습관이 어디서 생겼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추측하기로는 일본식 영어에서 온게 아닌가 싶다. 우리는 알파벳을 처음 배울 때도 ‘~으’를 붙이면서 발음하는 것을 배운다. 대표적으로 잘못 발음하게 되는 알파벳이 ‘V’이다. ‘V’는 ‘브이’라고 발음하는 게 아니라 ‘비~’라고 발음하는게 맞다. 이런 식으로 엄격하게 말하면 메칸더 브이는 메칸더 비가 되야 한다. ‘V’를 신경을 써서 b발음이 아닌 v발음으로 해도 ‘~으’를 붙여서 ‘브이’라고 말하면 미국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한다.

경험담이 있다. 체외 수정(시험관 아기)을 뜻하는 IVF(in vitro fertilization)를 발음할 때 ‘아이-브이-에프’라고 발음했는데, 잘 못알아 듣더라. 나는 IVF가 너무 전문용어인가 싶어서 시험관 아기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을 해줬는데, 그제서야 그 친구가 아~ ‘아이--에프’라고 하는 거다.

발음과 강세가 중요한가?

솔직히 발음과 강세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번에도 글을 쓴적이 있지만 (발음/관사/전치사 이야기)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장 구사력이다. 기본적으로 문장구사력이 된다면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다.

또 한국에 살면서 원어민과 대화할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원어민이 아니고 영어가 외국어인 사람들 끼리는 발음이 달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그들도 발음이 미국식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 미국식(또는 영국식) 발음을 못하기 때문에 발음이 틀려도 잘 알아듣는다. 외국나가서 일본사람들하고 서로 영어가 잘 통했던 경험을 해본 사람은 이게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우리가 영어를 배워야하는 이유는 영어가 ‘세계어’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할 때는 영어를 사용한다. 이는 국가 간에 무역을 할 때 달러화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달러는 미국의 돈이지만 세계 기축통화로의 역할도 한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이유가 세계어를 배우는 데에 있다면 발음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현실적으로는 우리끼리 영어할 때, Atlanta를 ‘애ㅅ나’ coyote를 ‘카리’라고 발음하면 아무도 알아 듣지 못한다. 혹은 누가 알아듣는다고 한들, ‘너무 빠다 발음하신다~.’ 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비웃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최근 한국의 영어교육에 speaking이 강조되는 것도 무시못할 추세이긴하다. 지금의 영어 교육은 내가 영어를 처음 배우던 시절하고는 많이 달라지긴 했다. 살다보면 쓸데없는 지식도 도움이 될 때가 있다. 강세 같은 부분도 알아둔다면 언젠가 유용하게 써먹을 날이 올런지 모른다.

관련 포스트

발음/관사/전치사 이야기

두가지 언어 사용이 만드는 번역체 말투들 – 우리집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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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란타 꽃가루 공습

며칠전엔가 미국 윗동네에는 눈도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여기는 완연한 봄이다. 비가 며칠 드문드문 내리더니 집앞 나무에 싹이 돋기 시작했다. 햇살도 제법 따가운게 이제 사월이구나 싶다.

좋은게 오면 항상 나쁜 것도 따라오는 법. 이맘 때가 되면 항상 꽃가루가 난리다. 나무가 울창한 이동네는 이때 쯤이면 노란색 송화가루가 공기에 가득하다. 자동차들이 분필가루를 뒤집어 쓴 것 처럼 노랗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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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Atlanta 11 alive)

나 같은 외부인은 앨러지가 무섭다. 앨러지는 하루종일 머리를 무겁게 하고, 콧물과 기침으로 고통을 준다. 꽃가루(pollen)랑 잔디 앨러지가 잘못오면 된통고생한다. (심한 경우는 고생해서 10키로 정도 살이 빠졌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땅이 보기에는 내가 이질적인 인자라도 되는 걸까. 괴롭게 해서 나를 몰아내려고 하는 걸까. 그나마 도움이 되는건 인류의 축복 항히스타민제. 지르텍, 베나드릴, 클라리틴… 조금은 도움이 되지만 워낙 심할 때는 큰 차이를 못느낀다.

하긴 옛날만 해도 (여기서 옛날이라 함은 근대) 나처럼 지구 반대편에서 온 이질적인 사람이 걱정해야 하는 것은 풍토병이 었다. 말라리아, 이질, 티푸스 및 각각 괴질들… 대항해시대에 대양을 건너온 사람들에게 원주민이나 무서운 짐승은 풍토병에 비하면 큰 위협은 아니었다.

이질적인 인자들이 섞이기 시작하면 자연은 갖가지 수단으로 자신을 보호한다. 이질적인 것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험을 의미하기도 한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 백신 같은게 생겨서 지구 반대편에 와서 정착하는 것은 이제 일도 아니다.

그래도 나는 아직 괴롭다. 균처럼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꽃가루는 나를 못살게 군다. 내가 이동네에서 고통 받을 때마다 새삼 내가 지구 반대편에서 왔다는 사실을 느낀다.

+ 덧: 뭐… 물론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지금쯤 황사로 고통 받겠지만… 이 정도 불평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주라….^^

해민3(解悶3)-두보(杜甫)

Dufu

(image source: wikipedia)

번민을 푼다-두보(杜甫)

一辭故國十經秋(일사고국십경추)
每見秋瓜憶故丘(매견추과억고구)
今日南湖采薇蕨(금일남호채미궐)
何人爲覓鄭瓜州(하인위멱정과주)

고국을 떠나 온지 십년을 지나
추과(참외) 볼적마다 그리운 고향
오늘도 남호에 뜯는 고사리
누가 나를 위하여 정과주를 찾으리

+ 애틀란타도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미국온지 4년째 인데, 한국은 작년 여름 일 시작하기 전에 잠깐 가봤던게 전부다. 내년에는 시간을 내서 잠깐이라도 한국 가봐야겠다.

+ 한시는 원문으로 읽어야 제맛일텐데, 한자에 약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한자는 중의적/함축적인 언어라서 번역에 따라 내용이 많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 시는 전쟁통에 십년째 타향을 전전하던 두보가 고향의 명물인 추과(참외)를 보고 친구(정과주)의 빈집에서 쓰여졌다고 한다.

+ 두보를 접하게 된건 ‘호우시절’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였다. 배우들이나 배경도 좋았고 이쁜 사랑이야기도 좋았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