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이 문을 닫을 때, 일어나는 일

꽤나 마음을 움직였던 뉴욕타임즈 기사를 하나 공유한다.

기사 이야기 전에 내 경험부터. 한국에서 공장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연구소에 배치되었다. 회사는 기존 사업을 정리 중이었다. 정리 대상으로 선정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은 부산에 있었다. 부산공장을 정리하면서 몇몇 직반장들과 엔지니어들이 천안과 기흥으로 전환배치 되었다. 부산 공장의 직원 일부는 정리해고 되고, 일부는 퇴직금으로 식당을 차렸고, 일부는 시위를 했다. 특별한 기술이 없이 시급을 받는 여공들은 그냥 공장을 그만 두지 않았을까 싶다.

공장을 정리했던 구체적인 과정은 잘 모른다. 공장 정리의 처음과 끝을 담당했던 인사/경리 담당자들과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디테일이 포함된 이야기는 없었다. 사람이 할일이 못된다고 했던 건 확실히 기억에 남는다. 몇달 후에 부산 공장에 출장을 가게 되었다. 덩그러니 빈 건물 바닥에는 노랗게 금그어둔 설비의 표식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공장 정문에는 피켓을 든 일인 시위자가 서 있었다.

뉴욕타임즈 기사는 베어링 공장의 40대 steelworker 쉐넌 Shannon의 이야기이다. 한국으로 치면 열처리 공정 반장 정도 되는 사람이다.

2016년 10월 쉐넌은 공장이 문을 닫고 멕시코로 이전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25살이 되던 해에 쉐넌은 베어링 공장에 청소부로 취직을 했다. 쉐넌이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 것은 동거중인 남자친구의 폭력에서 도망쳐서 자립하기 위해서였다. 마흔 셋이된 지금은 열처리 공정의 베테랑이고 30키로가 넘는 철근을 맨손으로 옮기는 furnace 전문가이다. 그 동안 공장은 주인이 몇번 바뀌었고, 그녀는 몇몇 남자들과 사귀고 결혼/이혼을 했고, 또 집을 사기도 잃기도 했다. 그러나 그 17년 동안 쉐넌과 항상 같이 있었던 것은 공장일이었다.

“사업상의 결정입니다.”

상사가 쉐넌에게 한 말이다. 쉐넌과 함께 300명의 직원이 작년 이맘쯤 소식을 들었다.

쉐넌은 화가났다. 바로 공장을 뛰쳐 나갔고, 멕시코 공장이 불에 타버리라고 저주를 했다. 그리고 밤새 울었다. 그렇게 세 밤을 울고서 월요일날 다시 출근을 한다. 사실 그녀에게 다른 선택이 있던 건 아니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40대 중년 여자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무엇이 있을까.

몇달후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트위터로 쉐넌의 공장을 직접 언급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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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의 노동자들은 몇 마일 옆에 이뤄진 캐리어의 기적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캐리어의 기적: 트럼프 취임 직후 에어컨 회사 캐리어가 멕시코 공장 이전을 취소한 일.) 쉐넌은 정치에 큰 관심이 없다. 그녀에게 정치인이란 표를 얻기위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투표를 잘 하지 않지만 굳이 따지자면 민주당에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회 안전망을 말하는 것은 좀더 먼 이야기 였고, 일자리는 바로 자신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열성적으로 트럼프의 트윗을 퍼나르기 시작했다. “Go President Trump!!”

시급 7 달러가 23달러가 되기 까지 17년의 시간이 걸렸다. 쉐넌은 자신의 공장이 만드는 고품질 베어링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쉐넌은 자신이 담당하는 기계를 ‘타코’라는 애칭을 붙여 사람처럼 부른다. 쉐넌의 어머니는 정부보조로 식량을 타먹었지만 쉐넌은 자신이 일해서 번돈으로 두 자식들을 키웠다. 싱글맘인 자신을 지금에 이르르게 한 것은 일자리였다.

2005년 처음 열처리 공정에 배치되었을 때, 사수들은 쉐넌을 좋아하지 않았다. 선배들에게 열처리는 남자의 일이었다. 쉐넌이 처음 가스 밸브를 열었을 때, 사수는 천천히 열어야 한다는 주의를 주지 않고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기만 했다. 작은 폭발이 있었다. 쉐넌은 그날 공장을 때려칠 생각을 했었다. 12년이 지난 지금 쉐넌은 furnace에서 나는 소리만 들어도 어디가 문제인지 알아챌 수 있다. 쉐넌에게 ‘타코’는 꾸준히 들여봐야하는 투정많은 남자친구 같은 존재이다.

조금 딴 이야기지만, 마침 오늘 에이미 탄의 인터뷰를 들었다. ‘조이럭 클럽’의 작가 에이미 탄은 인터뷰에서 어머니와의 관계를 이야기 했다. 강인한 여자였던 탄의 어머니는 탄에게 항상 말했다고 한다. ‘절대 남자를 믿지 말고, 외모를 믿지 말라.’ ‘외모는 서른이 넘으면 의미가 없고, 남자에 의존하면 너의 삶은 망가진다.’ ‘여자가 남자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 가려면 직업이 정말 중요하다.’ 나는 쉐넌의 이야기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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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왔다. 공장 곳곳에는 낙서가 들어찼다. “Build a Wall!’ ‘Go to Mexico!”

그리고 멕시코 공장의 견습생들이 출장을 왔다. 공장 사람들은 둘로 나뉜다. 노조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기술 이전을 거부했다. 고작 시간당 4불의 야근 수당에 영혼을 팔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조용히 기술을 전수했다.

흥미로운 건 이 과정에 갈린 사람들의 인종이다. Rexnord 공장은 인종의 장벽이 거의 없는 곳이다. 흑백의 비율이 반반이고 타인종간의 교제도 어색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 기술 이전에 거부하는 이들은 대다수 백인이고 흑인들은 묵묵히 회사의 방침을 따른다.

저소득 백인 남자들에게 미국은 우울한 곳이다. 20세기에 steelwork는 오로지 백인 남성들의 것이었다. 그러다가 일자리가 흑인에게도 허용되고, 그다음에는 여성에게 허용되었다. 21세기가 오자 이제 그들의 자리는 없어지고 공장은 멕시코로 이전하게 되었다.

흑인은 좀더 상황을 낙관적으로 본다. Brookings의 설문 조사를 보면 흑인들이 백인들보다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다.

관련 자료 링크

UNEQUAL HOPES AND LIVES IN THE U.S. OPTIMISM (OR LACK THEREOF), RACE, AND
PREMATURE MORTALITY

내가 생각하기로 이는 실제적으로 흑인들의 삶이 나아지고 있는 현상과도 연관이 있다. 예전에 포스팅 한 적이 있는데, 미국 저소득자를 기준으로 흑인들의 평균 수명은 증가하고 있고 백인들의 평균 수명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이전 포스트 링크: Black Americans See Gains in Life Expectancy (NYT) 2016년 5월 9일자 포스트

백인 여자 쉐넌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녀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편에 섰다. 예전에 남자들에게 텃세를 받아본 경험이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기사에 따르면 실질적인 돈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녀의 아이들은 아직 그녀의 수입에 의존한다. 딸은 퍼듀 대학 간호학과에 합격했지만 등록금이 모자라다. 그녀의 손녀는 희귀병을 앓고 있고 계속해서 수술비가 필요하다.

쉐넌은 멕시코에서 온 견습생들을 가르치기로 했다.

핏덩이 같은 멕시코 견습생들은 쉐넌을 종종거리며 따라다닌다. 흡연시간에도 쉐넌은 견습생들을 데리고 다닌다. 쉐넌은 견습생들이 자기와 같이 있지 않으면 헤꼬지를 당할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이듬해 봄. 쉐넌의 딸 니콜은 퍼듀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게 되었고, 모자란 등록금에 대한 걱정을 덜게 되었다. 니콜은 쉐넌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교육을 받는 사람이다.

휴식시간. 견습생 중 하나가 쉐넌에게 이야기를 한다. “My friend tells me that the reason a lot of people don’t like us is because we’re taking their jobs. 친구가 그러던데 여기사람들이 우리를 싫어하는게 우리가 당신들 일자리를 뺐어가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쉐넌은 답했다. “I’m not mad at you. I’m happy that you get the opportunity to make some money. I was blessed for a while. I hate to see it go. Now it’s your turn to be blessed. 내가 너한테 화난 건 아냐. 나는 네가 돈을 벌 기회가 생겨서 기뻐. 그동안 나는 운이 좋았지. 상황이 돌아가는 꼴이 짜증나. 그래도 이번에는 네가 그 운을 잡을 차례야.”

Rexnord 베어링 공장은 2주전, 그러니까 2017년 9월에 문을 닫았다. 쉐넌은 트럼프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다른 중요한 이슈들에 Rexnord 공장이 묻혔을 뿐이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다른 정책인 오바마케어 철폐는 희귀병을 앓는 쉐넌의 손녀에게 (안좋은 쪽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쉐넌이 보기에 트럼프 역시 이전의 다른 정치인과 비슷하게 변하고 있을 뿐이다. 17년 동안 베어링 공장 주인이 몇번 바뀌었던 것 처럼.

+ 덧: 이 포스팅은 내 생각과 기사 요약이 조잡하게 섟여 있으므로 영어가 되시면 원문을 직접 읽으실 것을 추천합니다. 기자가 글을 잘 쓰길래 찾아보니 보스턴 글러브에서 퓰리쳐상을 받고 뉴욕타임즈로 스카웃 된 친구더군요. 좀 길긴 하지만 해당 주제에 관심이 있으면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 덧2: 관련해서 podcast 링크(30분 분량) 도 남깁니다. 기사에 다뤄지지 않은 뒷얘기 그리고 쉐넌과 기자의 육성도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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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가을 오늘

고향이 그리웠었나보다. 이듬해 추석때는 기분 내본다고 전도 부쳤다. 떡집에서 송편도 샀었는데, 맛은 그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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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가을 오늘 포스트

Isaac의 생각저장 창고

Dufu

(image source: wikipedia)

번민을 푼다-두보(杜甫)

一辭故國十經秋(일사고국십경추)
每見秋瓜憶故丘(매견추과억고구)
今日南湖采薇蕨(금일남호채미궐)
何人爲覓鄭瓜州(하인위멱정과주)

고국을 떠나 온지 십년을 지나
추과(참외) 볼적마다 그리운 고향
오늘도 남호에 뜯는 고사리
누가 나를 위하여 정과주를 찾으리

+ 애틀란타도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미국온지 4년째 인데, 한국은 작년 여름 일 시작하기 전에 잠깐 가봤던게 전부다. 내년에는 시간을 내서 잠깐이라도 한국 가봐야겠다.

++ 한시는 원문으로 읽어야 제맛일텐데, 한자에 약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한자는 중의적/함축적인 언어라서 번역에 따라 내용이 많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 시는 전쟁통에 십년째 타향을 전전하던 두보가 고향의 명물인 추과(참외)를 보고 친구(정과주)의 빈집에서 쓰여졌다고 한다.

+++ 두보를 접하게 된건 ‘호우시절’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였다. 배우들이나 배경도 좋았고 이쁜 사랑이야기도 좋았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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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난사와 악에 대하여

 

지난 주말 있었던, 라스베가스 총기난사를 트럼프 대통령은 pure evil이라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서 시편 34편을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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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rd is close to the brokenhearted and saves those who are crushed in spirit (NIV Psalm 34:18)” “주님은, 마음 상한 사람에게 가까이 계시고, 낙심한 사람을 구원해 주신다. (새번역 시편 34편 18절)”
 
트럼프가 인용한 성경 구절은 직접적으로 악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편 34편의 문맥을 보면 (바로 2절 앞에서도 언급이 되듯이) 시의 저자인 다윗이 느끼는 위로는 악을 징벌하는 절대자의 정의 구현 약속 안에서 이루어진다.
 
“but the face of the Lord is against those who do evil, to blot out their name from the earth. (NIV Psalm 34:16)” “주님의 얼굴은 악한 일을 하는 자를 노려보시며, 그들에 대한 기억을 이 땅에서 지워 버리신다. (새번역 시편 34편 16절)”
 
공연장 옆 건물 32층에서 (개조된) 기관총을 난사해 400여명이 넘는 사상자가 생긴 사건을 두고서 an act of pure evil이라고 부르는 데에 동의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사건을 듣고서 사람이 사람에게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경악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evil이라는 단어에 대한 찜찜함을 떨칠 수 없었다. 그 찜찜함은 트럼프라는 인물에 대한 반감에서 온 것은 아니다. 이러한 류의 참사에 대해 evil이라고 칭하는 것은 트럼프 이전 부터 있어왔던 정치적인 수사이다.
 
작년 올랜도 참사 직후, 스티븐 콜베어 쇼 (미국 토크쇼)에서 보수논객 Bill O’Reilly 빌 오라일리를 초대했다. 오라일리는 “This guy was evil.” 이라고 한다. 그리고 콜베어는 묻는다. “What is the proper response to evil?” 오라일리의 답변은 명쾌하다. “Destroy it. You don’t contain evil, because you can’t. You destroy evil. ISIS is evil, and Mateen is evil.”
 
악을 지칭하는 정치수사 중에서는 2002년 부시의 ‘악의 축 axis of evil’ 언급이 가장 유명하다. 그는 당시 이란, 이라크, 북한을 3대 악의 축으로 꼽았다.
 
어떠한 존재를 악으로 지칭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악의 존재를 없애고 승리해야 한다는 논리적인 귀결을 가져온다. 세계를 선과 악의 대결로 이해하는 조로아스터교는 궁극적으로 선의 승리와 악의 패배라는 서사를 가지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많은 신학자들이 problem of evil 악의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그럼에도 어느 하나 속시원한 대답을 주지 않는, 연구를 해왔다. 그것은 완전무결한 하나님이 창조한 세상에 어떻게 악이 허용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악의 문제에 대한 연구의 역사는 어거스틴, 아퀴나스, 루터, 그리고 칼빈에까지 이른다.
 
내게도 이는 항상 쉽지 않은 문제였다. 악의 문제에 대해서 최근 가장 공감한 생각은 악에 대한 질문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의미가 없을 뿐이니라 파괴적이기까지 하다. 악에 대한 질문은 도덕적인 권위를 전제하고서 시작한다. 악에 대한 질문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로 바꾸는 것이 맞다. 그게 내가 내린 잠정적인 결론이다.
 
악을 강조하는 정치적인 수사에서 오는 다른 찜찜함은 악을 강조하면 시스템의 문제를 간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기독교의 전통에 따라) 악이라는 것이 인류의 조상에게서부터 내려오는 원죄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보면, 어떠한 사회 제도나 규정도 그 악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 악에 대해서 (종교적인 해결책을 제하고 나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은, 악을 규정하고, 그리고 악의 존재를 없애 버리는 것이다. 이를 총기 이슈에 적용해서 말한다면, 총기 범죄는 악한 사람에게서 일어나기 때문에 총기 규제가 근본적으로 무용하다는 결론을 내게 된다.
 
세상에 일어나는 다양한 병리현상을 ‘사회적인 (또는 구조적인) 폭력’으로 보는가 아니면 개인의 도덕적인 선택의 문제로 보는가는 의견의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나는 이 두가지 관점 중 어느 하나에도 만족한 적이 없다. 나는 총기 난사에 관련해서 이 문제를 그렇게 근본적으로 끌고 가는 자체가 너무나도 피곤하게 느껴질 뿐이다. 아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이 문제를 이렇게 까지 끌고 가면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는 미국의 정치 시스템에 피로함을 느낀다.
 
+ 덧. 아래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전문이다.

미국 총기 이슈 관련 정리 (작년 글)

라스베가스에서 총기 난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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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한글 뉴스 링크

작년 올랜도 참사 보다 큰, 최악의 총기난사로 기록될 듯 하다.

미국인이 아니고서 미국의 총기 이슈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작년 올랜도 참사 때 이를 이해해 보고자 정리해 본 적이 있다. 링크를 공유한다.

목차
1편: 총을 가질 권리
2편: 총기 규제의 범위
3편: 총기 규제에 대한 오바마의 견해
4편: 신원조회와 관련 법안 국회 상정

추가로 올여름 올렸던 포스트
지난주 샌프란시스코 총기사고

미국에 살면 몇년 안에 총맞는 거 아니냐?, 2016년 6월 10일 포스트

다시금 불붙은 헬스케어 논쟁

미국에는 헬스케어 논쟁이 다시금 불붙었다. 오바마케어 폐지가 실질적으로 무산이 된 지금, 공화당과 민주당은 서로 다른 대안을 상정하면서 맞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샌더스가 다시 단일의료 보험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민주당 상원의원의 반정도가 동의를 했다. (지지를 표한 의원들은 대부분 민주당 내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의원들이다.) 물론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지도 않은 현 국회에서 샌더스 안이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화당 쪽에서는 좀더 원론적으로 시장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안을 내놓았다. 이 안 또한 통과 가능성이 없어보인다.

미국의 헬스케어에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섟여있다. 단순히 민간 의료보험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완전히 자유시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의료시장이 정부의 통제에 있지도 않다. 회사들이 직원들에게 복지형태로 제공하는 민간보험이 있고 (민간 의료보험), 65세 이상 노인에게 주어지는 메디케어가 있으며 (단일의료보험), 주에서 관리하는 저소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이드가 있고 (주정부 관리), 소위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민간보험이 개인을 대상으로 거래소에서 거래된다 (오바마 케어). 그리고 2천8백만 정도 무보험자가 있다. 또 병원은 Veteran Health Administration (한국으로 치면 보훈병원)을 제외하고는 민간이 운영한다.

내 의견을 밝힌다. 나는 약간 심드렁하다. 의료보험이 누구에 의해 운영되는가가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큰틀의 결정도 중요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하부의 세세한 운영과 촘촘한 의료망이 관건이 아닐까 한다. 정말 크게 보자면, 의료보험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사회의 복지가 어떻게 설계되어있는 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사실 복지의 문제로 들어가면 다양한 가치가 서로 부딪치게 된다. 의료분야를 예를 들자면, 1) 생명에의 가치, 2) 의료 접근성으로 대표되는 평등의 가치, 3) 선택의 자유 라는 다양한 가치관이 서로 상충하여 존재한다. 대부분의 정책입안, 집행자들이야 긍정적인 부분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겠지만 세가지 가치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미국의 의료비가 비싼 것은 의료보험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미국의 의료비가 비싸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를 테면 환자당 의료진 수나 의료업계 종사자들의 급여수준) 나는 이쪽이 좀더 타당하다고 보는 편이다.

굳이 미국식 의료에서 장점을 찾자면 미국이 의료 기술의 발전을 선도한다는 점. (워낙 돈이 많이 굴러 다니는 산업이다보니…)

관련해서 참고할 만한 자료를 공유한다. 2008년 자료니까 좀 지난 자료이긴 하지만 여전히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다. 121페이지에 이르는 매킨지 보고서에 미국 의료 비용 분석이 빼곡히 들어있다. 영어가 부담스럽더라도 차트가 많기 때문에 해당문제에 관심이 있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자료. 주요 차트는 아래에 첨부 했으니 참조. (뭐 적어도 차트 성애자인 나에게는 재미있었다는 이야기.)

Accounting for the cost of US health care: A new look at why Americans spend more (McKinsey Global Institute)

작년에 나도 비슷한 내용의 포스팅을 한적이 있다. 당시 포스트는 아래 링크를 참조.

Healthcare, Again (2016년 5월 17일자)

그런데 왜 지금와서 다시금 의료보험이 이야기 되는 것일까? 지겹지도 안나.

개인적으로는 최근 미묘한 워싱턴 분위기의 변화와 연관이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배넌의 퇴장이나 그리고 트럼프와 공화당 지도부 사이의 잡음이다. 여기서 공화당 지도부라고 함은 오바마케어 폐지에 실패한 폴 라이언과 미치 맥코넬이다. 지난 주에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민주당 인사들과 만남을 가졌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멕시코 장벽 건설을 늦추는 대신에 다른 분야에서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분석을 한다.

For Conservatives, Trump’s Deal With Democrats Is Nightmare Come True (9월 6일자 NYT)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다시 되돌려서 생각해보면, 트럼프는 (기존의 좌우 관점에서 보았을 때) 뚜렷한 정치 노선이 없는 사람이다. 오히려 기성정치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점에서 샌더스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의 초창기 선거유세를 들어보면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망가진 주요 원인을 제약회사의 탐욕으로 돌리고 있다. 이는 샌더스의 문제의식과 유사하다.

관련한 예전 포스트: 미국의 정체성과 도널드 트럼프 (2016년 3월 16일)
물론 트럼프는 당시 대안으로 단일 의료보험을 제안한 적이 없다. 정확히는 대안 자체가 없었다.

덧: 언급한 자료 중에 주요 차트를 같이 올린다.

국가별 PPP(구매력) 대비 의료비 지출

미국과 주요 EU 국의 약값 차이

OECD 국가별 기대 수명

선진국 국가별 의사 급여수준 비교

OECD 국가 CT/MRI capacity

인당 의료 진단 건수

국가별 입원일수 및 일당 입원비 비교

국가별 간호사 임금비교

국가별 bed occupancy rate 비교 (고정비 지출)

미국 병원 원가/이익 구조

제약회사 이윤율

연도별 신약 출시 수

전문의를 만나거나 수술 날자를 잡는데 걸리는 시간 국가별 비교

 

 

 

꼬꼬뱅 Coq au Vin

Coq au Vin, French cuisine first trial

 

프랑스 요리 꼬꼬뱅을 해봤다. 꼬꼬뱅은 프랑스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때 먹는 음식이라고.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딱일 듯 하다. 와인에다 한시간 정도 졸이면 닭고기가 정말 연해진다. 보통은 레드와인을 쓴다고 하는데, 디저트 와인인 reisling을 썼다. 그리고 닭가슴살 대신 닭다리 살을 사용.

휴스턴의 성장 모델과 허리케인 하비

한강의 지류인 탄천. 탄천 옆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녔다. 수서 지역은 저지대이다. 90년대에 수서는 장마철만 되면 물에 잠기는 상습 침수 지역이었다. 당시 학교에서는 장마가 끝나면 (지금도 한국에 장마철이 있는지 모르겠다.) 학생들을 소집해서 건물지하의 물을 퍼내는 일을 시킬 정도 였다. 그러나 90년대 서울시는 치수 정책에 공을 들였고, 다행히도 꽤나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90년대 이후 지금까지 수서 지역은 큰 침수가 없었다. 물론 수서역은 아직도 간혹 잠기긴 한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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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는 80년대 말, 90년대 초에 개발 되었다. 개발/도시화가 진행되면 도로가 깔리고 건물이 들어선다. 치수의 관점에서 보자면 도로와 건물은 impervious surface불투수면에 해당한다. 따라서 불투수율이 증가하고 폭우가 쏟아지면 물이 빠지기 어려워진다. 비유하자면 흙바닥에 비닐을 깔아둔 셈이다. 물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시개발 과정에는 빗물 펌프장과 배수시설 확충이 따른다. 90년대 초 수서는 이 배수시설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뭐 찾아본 건 아니고 동네 아저씨의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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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와서 문제는 기후변화로 국지성 폭우가 잦아졌다는데에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잘 작동하는 물순환 시스템이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그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 근래에는 잦아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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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하비는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엄청난 양의 폭우와 무절제한(?) 도시개발의 결합이 얼마나 큰 피해를 줄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휴스턴은 1830년대에 강하구 습지에 지어진 도시이다. 저지대이고 bayou가 있다. 도시 개발 초창기부터 홍수에 시달리곤 했다. 습지대의 작은 도시는 곧 석유 산업의 메카가 되었고, 성장이 지속되어 미국에서 4번째로 큰 도시가 되었다. 4번째라고 하면 뉴욕, LA, 시카고 다음가는 큰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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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처음 자리를 잡을 때 휴스턴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휴스턴은 여전히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도시고, 그러면서도 물가도 싸고, 일자리도 많은, 다양한 인종이 모여사는, 기회의 도시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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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이 일종의 모델 도시로 자리 잡았던 데에는 특유의 자유주의 (또는 리버테리안) 문화가 한 몫을 했다. 미국의 또다른 성장 모델 도시인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지역과는 달리 이쪽은 개발에 규제가 거의 없다. 그러니까 정치적으로 보자면 민주당 강세인 캘리포니아와 달리 공화당 강세인 이지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규제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건축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기에 중산층에게도 적정한 가격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했다. 엄청난 땅덩이에 무제한으로 개발을 하면서 덩치를 키워가는 소위 wild west 스타일의 개발인 것이다. 건축 관련 규제가 많아 건축물 승인을 위해 큰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하는 캘리포니아가 소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사회문제를 겪는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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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하비가 쓸고 지난간 후에 미국 언론들은 휴스턴의 부실한 도시 계획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대표적으로 NYT가 있고, 워싱턴 포스트, slate, Atlantic, 뉴스위크, 뉴욕 매거진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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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Houston’s ‘Wild West’ growth (워싱턴 포스트, 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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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서 정치적인 견해 차이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를 테면 WSJ에서는 이는 엘리트들의 생각일 뿐이라는 사설도 냈다. 규제가 없어서 문제가 아니라 좀더 많은 배수 시설이 필요할 뿐이라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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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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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중에 크루그먼도 한마디 덧붙인다. (역시 이양반은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분) 크루그먼의 포스트에는 휴스턴과 샌프란시스코 지역 집값 비교 그래프도 있으니 관심있는 분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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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든, 210조원의 피해를 입힌 하비의 뒷처리는 쉽지 않아보인다. 주정부, 시의회, county, 부동산 개발 업체, 보험사 등등이 엮인 난제를 푸는 일이 상당히 지저분할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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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포스팅을 하는 와중에 궁금해서 서울시의 치수 대책을 찾아보니 좋은 자료가 있어 같이 링크를 걸어둔다. 참고로 서울의 불투수율은 50%에 조금 못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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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화가 물순환에 미치는 영향과 서울시 현황 (2012 물순화 도시 포럼, 김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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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샬럿츠빌 사태 Vice news 다큐멘터리

Speechless.

여타 다큐멘터리가 그렇듯이 편집과 미디어의 관점이 녹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테면 트럼프가 소위 ‘alt-left’라고 칭한 antifa를 찍은 동영상도 돌아다닌다. 그러나 아무리 쉴드를 친다고 하더라도, 이들을 fine people이라고 칭하는 것은 무리수다. 선량한 사람들은 횃불을 들고 ‘유대인은 물러가라’ 라고 외치는 시위에 동참하지 않는다. 이러한 소수의 극단주의자들과 분명히 거리를 두는 발언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주의: 영상에 폭력적인 언어와 행동이 포함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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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나치 역사 청산 과정

그저께 독일인의 과거사 청산 관련해서 포스팅을 했었다. 페북에서 한분과 댓글 대화를 나눴는데 좀 길어졌다. 기록 차원에서 포스트로 따로 저장해둔다.

링크도 걸어두려했는데, 재공유를 한 포스트라 아쉽게도 좌표가 따로 안찍힌다.


반갑습니다. 좋은 말씀 남겨주셔서 내용이 더욱 풍성해지네요.

독일이 1950년대 이전까지는 나치 역사를 정리하는데에 미온적이었다는 이야기는 저도 잘 몰랐었네요.

제가 절차와 과정은 잘 모르지만, 그리고 아마도 그 과정이 모두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현대의 독일인은 나치와는 완전히 결별한 사람들이 된것은 분명합니다.

(이건 독일이 아니고 이스라엘 이야기니까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이야기가 나온김에, 예를 들자면, 유명한 아이히만 재판의 경우도 체포하는 과정, 그리고 재판의 절차를 따지고 보면 아르헨티나의 주권을 침해하고, 독일에서 벌어진 사건을 이스라엘의 법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여러모로 국제법 상 문제가 많은 재판이었습니다. 그러나 국제 여론은 이스라엘 편이였죠. 그러고 보니 아이히만 재판도 60년대 일이군요.)

어쨌든 현대로 돌아오면 민족주의와 배타주의가 다시금 힘을 얻는 서구 정치 지형에 유일하게 극우(?)가 힘을 못쓰는 나라가 독일이기도 합니다.

독일인들의 나치 금기는 지독할 정도인데, 독일인의 원죄와 별 관련이 없는 제 입장에서는 좀 심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독일에서 무슬림에 대한 공포가 다른 유럽에 비해서도 큰 편임에도, 반이슬람을 표방하는 AfD가 독일에서는 큰 힘을 못쓰는 것도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CDU의 메르켈과 그의 유력한 대항마인 SPD의 슐츠도 모두 인종적인 발언에는 선을 분명히 긋고 있죠.

서구 사회에서 뜨거운 주제인 극우세력 이슈도 영미권이나 프랑스에서는 경제/사회적인 이슈로 또는 ‘freedom of speech’ 문제로 접근하여 분석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독일에서는 철저히 도덕 문제로 접근/분석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래저래 말이 길어졌네요. 좋은 내용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댓글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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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전범 재판 사진 (출처: wiki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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