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유보금과 labor share

사회학자이신 블로거 바이커 님이 사내유보금에 대한 흥미로운 포스트를 올리셨다. 그리고 관련해서 내가 몇가지 댓글을 달았다.

쟁점은 크게 두가지였는데, 내가 궁금했던 건 거시 경제학에서 말하는 corporate saving과 회계상의 retained earning의 차이였고, 교수님의 쟁점은 전세계적으로 노동자의 몫이 줄어드는 현상이었다.

나는 두가지가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이고, 같이 엮이면 혼동을 가져온다고 보는 편이다. 댓글 타래와 관련 링크 자료들도 유익했기에 여기다도 옮긴다.

원문 포스트는 아래 링크 참조.
sovidence.tistory.com/863


나: 저도 말씀하신 부분이 궁금해서 좀더 찾아보았습니다. Retained earnings을 말할 때 자산보유와 현금에서 가장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감가상각이 아닐까 싶은데, 거시 경제에서 볼 때 이러한 차이들은 어떻게 계산할까 궁금하네요. 거시경제에서 말하는 corporate savings와 회계에서 말하는 retained earning이 조금 차이가 있는데, 기술적으로는 이런 차이들이 어떻게 계산되서 반영될까요?

해당 논문은 유료라서 그부분에 대한 언급이 있는지 확인을 못해봤는데, NBER에서 찾은 definition이 거기에 대해 언급은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서 좀 갑갑하네요.

해당 NBER pdf 문서는 여기 링크 걸어둡니다. http://www.nber.org/chapters/c4831.pdf

바이커: 그 기술적 차이를 조정하면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큰가요?

나: 하나만 더 여쭙습니다.

결과라 하시면, corporate savings가 증가하는 추세에 대해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retained earning과 coporate savings의 차이에 대해 말씀하시는 건가요?

개인적으로는 기업회계에서 bottom up으로 계산하는 방식과 거시 경제에서 top down으로 계산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가 궁금합니다. 거시 경제에서 말하는 저축이라는 용어가 일반인이 사용하는 저축과 다소 의미가 상이하기도 하고요.

알고 계시겠지만, 자산과 현금은 차이가 있고, 일반적으로 회계에서 retained earning이라 하면 위에서 언급하신대로 총자산에서 배당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이고, 회계상의 숫자일뿐 실제 보유 현금과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특히나 감가상각이나 deferred tax같은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회사들이 현금이 별로 없는 상태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대부분은 현금흐름을 같이 봅니다.

물론 거시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차이가 별 문제가 아닐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저는 그 계산이 실제로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궁금했습니다. 또 이 주제가 아무래도 워낙 논쟁적일 수 있어서 용어정의가 좀더 신경쓰이기도 했고요.

바이커: 제 질문은 전자였습니다.

그리고 이 논문에서 위 그림은 national accounts 자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거시경제의 컨셉과 일치할 것입니다. 현금 보유가 아니고요. 제가 거시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정확한 답변을 못드려 죄송합니다.

이 논문의 ungated version은 https://minneapolisfed.org/research/wp/wp736.pdf 에 있습니다.

나: 공유해주신 논문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가장 큰 궁금점은 회계 상의 retained earning과 national account에서 corporate savings가 상이한데 어떻게 계산했을까였는데, 회계 부분의 이익잉여금을 거시 데이터와 비교할 수 없기에, 독자적인 모델을 만들어서 national account의 corporate savings에 상응하는 숫자들을 만들었네요.

전반적으로 (거시경제/회계 관점 둘다) 가계의 저축이 감소하고 기업의 저축이 증가한다는 이야기는 흥미로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익잉여금 논쟁 때문에 retained earning을 현금으로 보는 것에 상당히 민감한 편인데, 궁금했던 부분이 다소 풀렸습니다.

논문에서는 해결책까지 나아가진 않고, 현상을 분석하는데에 그쳤는데, 교수님께서는 어떤 의견이 있으신지요. 이 주제가 다국적기업, 배당금 과세, 사내유보금 과세, 기업투자 등 여러가지 주제가 얽혀서 쉽지 않은 이야기인 줄은 압니다만, 이야기 타래가 길어진 김에 살짝 여쭙습니다. ^^

바이커: 저는 특별한 의견이 없습니다. 제가 잘 아는 분야가 아니라서요. 저는 왜 이익잉여금이 rent 등의 형태로 노동자와 공유가 안되는지–즉, 노동자의 소득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지가 더 궁금합니다.

Autor, Dorn, Katz, Patterson & Reenen의 forthcoming 논문을 보면 미국에서 labor share 가 떨어지는 이유로 산업별 대기업 집중을 듭니다. 기업 내 노동자 몫은 별 변화가 없고요.

나: 댓글 달아두신 걸 이제야 봤네요.

네, 대체로 많은 분들이 원인으로 대기업 독과점 이슈를 지목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대선 때도 사실 반대기업정서가 중요했는데, 현 미국 정부의 정책은 기업친화적으로 가네요. 의외입니다.

예전에 저도 관련 주제에 대해 포스팅을 한적이 있긴 합니다. 물론 labor share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좀 관점이 다른 이야기 일수도 있습니다만… 얘기가 나온김에 참고로 살짝 링크 남겨두고 갑니다.

https://isaacinseoul.wordpress.com/2016/05/31/monopoly/

바이커: 링크 감사합니다. 블로그에 좋은 내용이 많으네요!

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항상 교수님 블로그에서 많이 얻어갑니다.

나: 기업의 이윤이 높아지는데,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에 대해 예전에 본 폴크루그먼이 논의한 걸 본적도 있는데, 참고로 올려둡니다.

http://bruegel.org/2014/02/blogs-review-profits-without-investment-in-the-recovery/

바이커: 링크해주신 논의는 거시경제 지식이 짧아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네요.

나: 요약한 내용이라서 좀 그런면이 있네요. 아무래도 포스트의 링크를 하나하나 타고 들어가서 원문을 읽으면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를테면, 아래 이코노미스트 기사 링크나 폴크루그먼 칼럼 링크는 좀 더 수월할지도 모르겠네요.

http://www.economist.com/blogs/buttonwood/2013/06/companies-and-economy

바이커: 링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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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어두운 이면

좀 길지만, 최근 미국 경제 지표와 이면의 부조리에 대한 자료 정리를 하기 좋은 기사.

Our Miserable 21 century (commentary, 2월 15일자) by Nicholas N. Eberstadt

기사는 크게 세가지 관점을 이야기한다.

1) 긍정적인 미국 경제 지표. 2) 장기적으로 성장이 정체된 미국 경제. 3) 그리고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들.

기사는 세가지 관점을 모두 언급했지만 주로는 미국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들에 집중한다. (기사 제목부터가 비참한 21세기다.) 나열하자면 아래와 같다.

  • 노동참여율의 감소 (구직을 포기한 백인 남성과 여성들), 마약 중독 문제 (opioid epidemic, 특히 rural area의 백인 남성들), 신생아 기대 수명 감소(!), Social mobility의 감소 등.

기사 내용 자체 보다도 인상깊었던 건 화제가 되었던 최신 자료들에 대한 꼼꼼한 링크와 인용. 여기다가도 참고로 몇개만 옮겨둔다.

앵글로 디턴 교수의 21세기 중년 백인 남성 사망률 증가 추세 페이퍼 링크 (2015년 발표)
앨런 크루거 교수의 노동참가율 저하에 관한 페이퍼 (마약중독에 관한 언급도 포함된…) 2016년 10월 발표
미국 약물 남용 실태 2015년 보고서 (법무부 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
감소하는 미국내 지역간 이동에 대한 Federal Reserve 연구 자료 (미국내 지역간 이동은 노동시장 활성화와 관련된 지표로 볼 수 있다.) 2016년 발표
그리고 스탠포드 Chetty 교수의 social mobility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 (2016년 12월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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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경제

워싱턴에서 들리는 뉴스를 제외하고 따져보면, 미국경제는 사실상 모멘텀을 맞이했다는 NYT기사.

모멘텀까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고한 성장을 보이는 것을 사실. 생각해보면 트럼프 랠리는 그냥 요즘 기업들 실적이 좋다는 이야기 아닌가. 어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I inherited a mess’라고 했는데, 이정도면 축복을 물려받았다고 봐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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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대통령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사실상 그렇게 크지 않다고 보는 편이지만, 트럼프의 논리 대로라면 그렇다는 이야기.

트럼프의 트윗이 개별기업 주가에 미치는 영향

Fun chart: 트럼프의 트윗이 개별기업 주가에 미치는 영향

How much Donald Trump’s tweets jolt stockmarkets (the Economist, 2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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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가 대부분 그렇지만, 트윗을 투자정보로 활용하려면 초단위로 움직여야 할듯. 그래도 트럼프의 트윗을 보는 건 모두에게 공평하니까, 정보 비대칭을 없애주는 소스인 것 같기도…

스티브 배넌과 이민자 정책

이민자에 대한 배넌의 시각을 정리한 6분짜리 클립을 공유한다.

배넌에 대해서는 산타님과 Hyunsung Oh 교수님을 비롯해 이미 여러분이 언급하셨다. 그렇지만 글로 읽는 것과 직접 배넌의 육성으로 듣는 것은 임팩트가 달랐다. 알고 있었지만 다시 충격을 받았다고 해야하나…

배넌은 기독교-백인이 미국의 가치를 대표한다고 확고히 믿고 있고, 아시아계나 무슬림들은 (합법적 이민 포함) 미국에 해가된다고 확신하는 사람이다. 배넌이 트럼프의 ‘복심’이라는 사실은 이미 언론에 세세히 파헤쳐진 바이고. 향후 그는 미국의 외교에도 적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클립을 보다보면 이민자들에 대해 배넌은 비즈니스맨 트럼프 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견해를 가지고 있다. 트럼프가 ‘high-skilled immigrant’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할 때, 그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실리콘밸리가 아시아인에 장악되어 있고 큰 문제라고 말한다. 그의 말을 인용하자면 ‘나라는 단순히 경제 이상이다 more than economy, 국가는 시민 사회 civic society이다.’ 라고 말한다. 그의 견해를 따르자면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미국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이방인일 뿐이다.

그는 트럼프 당선 전에도 무슬림 입국을 금지해야한다고 말했다. 무슬림 입국 심사와 비자 발급 심사 프로세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공화당 인사의 의견을 한마디로 일축하면서, 그건 무의미한 돈낭비라고 한다. 아예 무슬림을 받아들이지 말아야한다고 말한다. 그의 이러한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 무슬림 7개국 입국 금지 조치이다.

어떤 분들은 트럼프의 지금의 행동이 쇼일 뿐이라고 말하고, 협상의 달인 트럼프가 판을 흔드는 일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 자국민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기에 트럼프의 행동은 정당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배넌이 생각하는 미국인은 기독교/백인 만을 이야기 한다는 것이 너무나 명백해서, 어떻게도 쉴드를 칠 수가 없다.

나는 배넌과 밀러가 트럼프에게 중용되는 한, 그리고 그들의 입김이 들어간 정책이 실제로 집행되는 것을 지켜보는 한은 그분들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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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배넌 (19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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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경제학의 6가지 주요 이론: 6. 세마리토끼 잡기 – 먼델 플레밍 모형

반년 간 미뤄두었던 현대 경제학 이론 연재를 재개한다. 6가지 중에서 ‘게임 이론’ 과 ‘먼델 플레밍 모형’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핑계를 대자면, ‘게임이론’은 워낙 많은 분들이 썰을 푸시는데 내가 보탤 필요가 있을까 싶었고, ‘먼델 플레밍 모형’은 다소 기술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마음이 바뀌었다. 무역전쟁과 환율 조작이 화제가 되는 요즘 ‘먼델 플레밍 모형’ 보다 시의적절한 경제학 썰풀기가 있을 수 있을까. 일단 ‘게임이론’을 건너뛰고 ‘먼델 플레밍 모형’을 정리하기로 한다.

관련 economist지 기사
The Mudell-Fleming trilemma: Two out of three ain’t bad (2016년 8월 27일자)

먼델 플레밍 모형을 거칠게 이해하면 IS-LM 모델의 확장판으로 볼 수 있다. 닫힌 경제 closed economy를 가정한 ISLM이 국내 경제만을 보았다면, 먼델 플레밍 모형은 국제수지balance of payment(BoP)를 고려해서 열린 경제 open economy를 가정한 모델이다. (세부적으로는 먼델의 모델과 플레밍의 모델이 차이가 있지만 여기서는 설명을 생략한다.)

기술적인 설명은 이걸로 끝낸다. ISLM도 그렇고 수학적인 설명은 블로그 포스팅으로 소화하기 힘들다. (궁금한 분은 거시 경제 교과서를 참조하거나 주변의 경제학 전공자를 붙들고 개인 교습을 받기를…) 관련해서 지난번 연재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면 된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 민스키 모멘트
끝나지 않은 논쟁 – 케인즈 승수

그래서 먼델 플레밍 모델이 무슨 의미를 가질까. 먼델 플레밍 모델에 따르면 정부는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고, 트릴레마 trilemma를 피할 수 없다. 그 세가지는 고정환율, 통화정책의 독립성,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다.

트릴레마 요약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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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셋 중에서 둘만 선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보자. 한국 경제가 출렁이는 환율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오늘부터 원/달러는 무조건 1100원으로 고정했다고 하자. 그리고 통화정책도 FRB에서 들리는 뉴스 신경 안쓰고 한국 경제 상황만 보고 한국은행에서 정하기로 했다. 그러면, 먼델 플레밍 모델을 따르자면, 외자유치는 포기해야 한다. (실제로 IMF 외환위기 이전 한국 경제가 이와 유사한 모양이었다.)

만약 동일한 상황에서 한국이 외국 자본에 문을 열고자 한다면, 통화정책의 자유를 포기해야한다. (위의 도표에서 A면) 그리고 통화정책을 사용하고 외국자본도 받아들이려면 고정통화제를 포기해야한다. (위의 도표에서 B면) 이게 거시경제학에서 소위 말하는 트릴레마이다.

(하나만 보태자면, 한국이 순수한 변동환율제 국가일까? 그렇지 않다. 외환보유고로 종종 환율을 방어하는 일은 고정환율제의 요소가 있다고 봐야한다.)

왜 세가지를 다 하는게 불가능할까? 처음의 예로 돌아가자. 한국 정부가 원달러를 1100원으로 고정하고 자본시장을 개방했다고 하자. 그리고서 이자를 올리면 외국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온다. 평범한 우리도 예금할 때 이율이 조금이라도 높은 은행을 찾아 헤매는데, 국제 투자자는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은가. 결국 자본유입 때문에 한국은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거나, 이자율을 다시 낮출 수 밖에 없다. 환율방어를 위해 보유 외화를 투입한다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더 큰 자본이 몰릴수 밖에…

이게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자본시장 개방 이후 외환보유고를 늘이는 것은 자국 경제를 지키기 위한 방어수단이기도 하다. (아래 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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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다수의 선진국들은 어떨까. 대부분은 고정환율을 포기한다. (브렌트 우즈 이후 많은 국가들에서 벌어진 일.) 그러니까 세가지 축에서 변동환율, 통화정책의 독립성, 자본시장 개방을 택하는 것이다. 예외가 있다면 유럽일텐데, 유럽의 개별 국가는 통화정책의 자율권을 포기한 대신 (ECB가 대신 발권을 위임받는다.) 단일 화폐를 사용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일종의 고정환율)

이 모델을 보호무역 논쟁에 적용해보자. 나 같은 경알못이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물건 잘 만들어서 외국에 팔면 돈도 벌고 좋은거 아닐까? 관세를 매기면 자국 산업 보호하고 경제에도 도움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왜 경제학자들은 한목소리로 그게 아니라고 할까. 거시경제의 렌즈를 끼고 무역을 바라보면 무역불균형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역전쟁을 이야기할 때 곁다리 처럼 등장하는 GDP, 소비, 이자율, (정부의) 재정 지출, 세금, 물가, 경상수지, 자본의 이동은 먼델 플레밍 모델의 변수로 서로 연관을 맺고 있다. 거시 경제의 렌즈로 보면 개별 기업의 경쟁력은 심지어 변수 중에 하나로 고려되지도 않는다(!)

시기적으로 보면 먼델 플레밍 모델은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브렌트 우즈가 무너지고, 변동환율제가 보편화되고서야 이론적으로 체계화 되었다. 그러니까 1970년대 이전에는 그다지 관심을 둘만한 주제가 아니었다.

(아참 비록 수식으로 정리하지 않았지만 먼델과 플레밍 이전에 케인즈도 이 주제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진정한 천재! 무역불균형과 자본의 급격한 이동의 폐해 때문에 그는 고정환율을 주장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훗날 IMF가 설립되기는 했으나 근본적인 위험요소는 언제나 있다.)

포스팅을 하면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 하나. 예전에 피터 나바로 포스팅을 하면서 70-80년대 미국/일본의 무역갈등을 글 말미에 언급한 적이 있다. 미국 언론들이 무역 적자의 책임을 일본으로 돌릴 때, 그렇지 않다고 논쟁했던 학자 중에 하나가 폴 크루그먼이다.

피터 나바로: 트럼프 내각의 유일한 경제학자 (1월 25일 포스트)

크루그먼은 먼델-플레밍 모델을 만든 먼델의 제자의 제자이다. 그러니까 먼델의 영향을 받은 크루그먼이 무역 적자를 논할 때, 대일 무역 적자가 문제가 아니고 자본 유입과 재정적자를 원인으로 지목했던 것이 수긍이 간다. 기축통화인 달러가 가진 매력은 여전히 크다. 달러표기 자산 dollar denominated assets의 선호, 미국의 계속되는 무역적자는 이를 생각하지 않고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러고보니 하나 의문이 생긴다. 세계화와 달러라는 관점에서 보면, 미국은 세계화의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은 나라이다. 브레튼 우즈가 깨지고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달러는 더욱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었다.

보호무역이란 어찌보면 그 특권을 포기하는 셈인데, 경제학을 전공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현재 미국의 정책기조에 당황할 수 밖에 없는게 당연하다.

뭐 경제 문제 조차도 경제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게 요즘의 현실이기는 하다만…

관련 해서 같이 읽을 만한 최근 economist 기사
Donald Trump and the dollar standard (the economist, 2월 9일자)

경제학 관련 연재 이전 포스트 : 현대 경제학의 6가지 주요이론

목차
정보 비대칭: 레몬시장 문제
–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민스키 모멘트
세계화와 보호 무역: 스톨퍼-사무엘슨 정리
끝나지 않는 논쟁 – 케인즈 승수
– 내쉬 균형
세마리 토끼 잡기 – 먼델 플레밍 모형

 

사소한 딸자랑 – 서사의 기본 구조

다시 딸바보 모드로 돌아와서 어제 밤 아이와 수다 떤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어제 밤에 아이가 옛날 이야기를 하나 해달라고 조르는 거다. 옛날 얘기가 다 떨어졌다고 하니 그럼 만들어서라도 해달라고 한다. 너무 어렵다고 하니까 별로 안어렵다고 어떻게 하는지 설명해 주겠단다.

우선, 이야기에 나올 사람을 고르고 이름을 지어준단다. 사람이어도 되고 동물이어도 된다고. 그담은 주인공의 배경을 셋업해주어야 한단다. 숲속 이야기인지 아니면 미국에 사는지 한국에 사는지 정해주어야 한다고… 그다음에 주인공에게 problem을 주고 어떻게 solve 해가는지 이야기를 만들면 된다고… 거기다가 cause and effect를 심어주면 더욱 좋단다. (며칠 전에 딸내미한테 causal relationship에 대해 한참을 설명해주긴 했다.)

깜짝 놀라서 물었다. 학교에서 배웠냐고. 자기가 그냥 생각했단다.

초딩이 서사의 기본 구조를 어떻게 저렇게 쉽게 설명하는지 놀라운데, 아무래도 천재 딸을 낳은 것 같다. 아니면 요즘 티비 만화를 너무 많이 보게 했던지…

아무래도 후자 같지만, 나는 애비니까 전자로 생각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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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http://www.infoplease.com/cig/writing-well/narrative-building-blocks.html)

마약과의 전쟁 – 콜럼비아의 경우

최근 애틀란타를 방문한 지인과 두테르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분은 막장인 필리핀의 치안을 보았을 때, 두테르테 식의 강력한 공권력 투입이 어느정도 불가피하다고 하셨고, 나는 그래도 휴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말씀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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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르 가비리아 전 콜럼비아 대통령 (19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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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과 전쟁을 벌였던 또다른 대통령 세사르 가비리아 César Gaviria가 뉴욕타임스에 올린 기고문을 공유한다.

콜럼비아는 주요산업이 공식적으로는 커피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코카인인 나라이다. 가비리아 전대통령은 재임시에 마약왕 에스코바르를 사살(1993년)하는 데에 깊이 관여하기도 했었고. 아, 참고로 에스코바르는 미드 나르코스의 주인공이다.

소위 ‘내가 해봐서 아는데…’ 라고 시작하는 기고문인데, 꼰대의 소리라고 흘려 듣기에는 꽤 의미있는 경험담이다.

행정명령의 위헌 논란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대해 헌법학자 John Yoo교수가 NYT에 올린 기고문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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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Yoo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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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배경 설명을 하자면 John Yoo 교수는 한국계 미국인 헌법학자이고 현재 UC 버클리에서 헌법학을 가르치고 있다. 공화당쪽 분이고 부시 때 법무부 부차관보로 일한 경력이 있다.

기고문 내용과 달리 기사 제목은 다소 자극적이다. Run amok은 미쳐 날뛴다는 뜻인데, 기고문을 읽어보면 본인은 행정명령을 통한 대통령의 권한 강화에는 동의하지만, (해밀턴과 그의 연방주의적 헌법 정신에 근거하여) 현재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는 정도의 내용이다.

일전에 행정명령에 대한 포스트를 올린 적이 있다.

대통령의 행정명령 (2월 3일자 포스트)

이전 포스트에도 적었듯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미국정치의 핵심 가치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이것도 원칙이 그렇다는 것이지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권력이 정확하게 삼분지일로 나뉜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대통령의 권한이 세어졌고 직접민주주의의 경향이 강해져왔다. 특히나 최근 몇십년은 대통령의 권한이 강해지는 추세인데, 어떤이는 그 시점을 아들부시 때로 보기도 하고, 어떤이는 오바마 때로 보기도 한다. (이부분은 본인의 정치적 지향점에 따라 갈리는 듯 하다.)

두 대통령 모두 행정명령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부시가 내세웠던 논리는 9/11 테러 이후 안보위협에 대해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였고 (참고로 이글을 기고한 John Yoo 교수가 이러한 법적 논리를 부시에게 제공한 사람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오바마는 국회의 다수가 공화당이고 정체된 gridlock이기에 불가피하다는 논리였다.

이전 포스트에 오바마는 행정명령을 자제한 편이었다고 썼지만, 그것은 전반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시기적으로 보면 오바마는 초반에 행정명령 사용에 부정적이었고 gridlock된 이후에 행정명령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다시 원글로 돌아가자. John Yoo 교수가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우려를 표명하는 이유는 두가지이다.

하나는 최근 줄리아니가 공개한 일화이다. 참고로 줄리아니는 트럼프 옆에서 법무장관을 노렸고 선거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결국 트럼프의 간택을 받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그 줄리아니에 따르면 트럼프가 ‘무슬림 밴’을 하고 싶은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게 추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었다고 한다. 당시는 몇몇 변호사들의 자문을 받는 정도의 이야기였다고…

그러나 트럼프는 무슬림 밴의 아이디어를 내려놓지 않은 듯 하다. 결국 법적으로 가능한한 문제가 없도록 포장을 해서 나온 행정명령이 지난주 무슬림 7개국 입국 금지 조치인 것이다. 백악관은 정상급 법조인들의 지원을 받는 곳이고 그들의 검토 이후에 세련되게(?) 포장된 행정명령이 무슬림 7개국 입국 금지 조치였던가 보다. (처음에 트럼프는 ‘ban’이라는 용어를 거침없이 사용했으나, 공식적인 채널로 ‘ban’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다시 부인.)

두번째는 법무장관 대행 샐리 예이츠 해고 과정이다. 샐리 예이츠가 트럼프에 반발한 것은 단순히 정치 논리 만은 아니었다. 헌법에는 무슬림과 이민자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다. 그러나 그간의 판례와 연방 대법원의 전통을 바탕으로 판단할 때, 그는 행정명령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를 강행하는 것은 대통령의 월권행위라고 판단하여 불복을 결정하였다.

그에 맞서는 대통령의 반박은 법적인 논리가 아니었다. 트럼프는 예이츠를 편지한장을 보내서 해고했다. 그 편지에는 예이츠가 불복했기에 국경 통제와 불법이민자 관리를 어렵게 될 것이고 그녀는 배신자라는 언급이 있었을 뿐이다.

예이츠 관련 이전 포스트 (2월 1일자 포스트)

미국의 이민자 정책과 관련한 법적 공방을 이해하는 데에 유용한 기사 였기에 정리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