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의 날: 이탈리아의 사례를 통해서 본 저출산 문제

권남훈 교수님과 산타크로체님이 저출산 관련해서 좋은 글들을 올리셨다.

관련해서 마침 어제 읽은 뉴욕타임스 기사가 생각나서 공유한다.

이탈리아에는 임신의 날 fertility day가 있다. 저출산으로 고민하는 이탈리아가 국가적으로 임신을 장려하고 나선 것.

이탈리아 정부는 이번달 22일을 임신의 날로 정하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 캠페인 광고들이 지나치게 성차별 적이고 공격적이다는 논란을 불러왔고 결국은 광고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캠페인 광고 문구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Beauty has no age limit. Fertility does.”
“Don’t let your sperm go up in smoke.”

캠페인은 임신을 장려하는 데에 실패한 대신 왜 이탈리아가 출산율이 낮은가에 대한 국가적인 토론의 장을 여는 데에 성공(?)했다.

인터뷰 몇개를 옮긴다.

“정부는 아이를 가지라고 권장하지만, 이탈리아의 복지 시스템은 여전히 할머니들에 의존하고 있어요.”

“서류상으로 이탈리아 여성들은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어요. 그러나 실상은 다르죠. 여자들이 아이들을 더 돌볼 것이 요구됩니다. 만약 육아 시설이 잘되어 있는 지역에 살거나,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소도시에 산다면, (아이를 가지고도) 직업을 유지할 겁니다. 그러나 만약 복잡한 대도시에 살면서 주변에 가족이 없다면, 여자들은 임신에 신중하게 됩니다. 아니면 직장을 그만두지요.”

이탈리아는 유럽에서도 가장 낮은 출산율로 고민하고 있는 나라이다. (이탈리아: 1.37명, 유럽 평균: 1.6명, 한국: 1.23명) 그래서인지 그들이 고민하는 내용도 한국과 유사하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 사람들이 말하는 출산률이 낮은 요인은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는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낮고 육아의 부담이 높아서이고 (좀더 설명하자면, 여성이 교육을 받으면서 경제활동 참가가 가능한 인구는 늘었지만 실제 사회통념이나 시스템은 여전히 여성에게만 육아의 책임을 지우는 구조이기에), 둘째는 이탈리아의 암울한 경제 전망이다.

우선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출산율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될까? 권남훈 교수님이 인용하신 Feyrer, Sacerdote and Stern 팀의 연구에 의하면 그러하다. 아래 도표를 보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활발할 수록 출산율이 높다. 이탈리아와 한국은 여성경제활동 참여와 출산율이 가장 떨어지는 국가들 중에 하나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가장 여성이 평등하다고 이야기 되는 스웨덴은 모범사례이다. 여성 경제 활동 참여율이 85%정도이고 출산율도 상당히 높다. (1.9명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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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페이퍼 링크
UNDERSTANDING FERTILITY WITHIN DEVELOPED NATIONS by Feyrer, Sacerdote and Stern (2008년)

그러면 출산율이 이탈리아의 암울한 경제전망과도 연관이 있을까? 산타크로체님이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어느정도 상관관계가 있다. 아래 그림을 보면 미국의 경우, 대공황과 70년대 오일쇼크 때,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때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가 없을 때에 아이를 낳는 것을 주저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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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기사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난임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고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다.

지난달 이코노미스트지에서도 마침 출산율에 관한 기사들이 실렸는데, 그중 하나가 시험관아기에 대한 이야기다.

An arm and a leg for fertilised egg (the economist, 8월 27일자)

기사에 따르면, 시험관아기 시술 비용은 나라마다 조금 차이가 있다. 인도는 한차례 시술에 2-3천불 정도, 미국은 만2천에서 만 5천불 정도 이다. 시험관아기 시술에 친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부연설명을 하자면,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는다고 한번에 성공을 하는 것은 아니다. 평균적으로 삼회 이상 시술을 받고, 어떤 경우에는 일년이 넘게 노력하다가 결국 포기하기도 한다. 또한 시술을 한 사이클 받을 때마다 엄청난 양을 호르몬 제를 꾸준히 맞아야 한다. 대부분 시술 비용은 호르몬 제와 약품비용이다.

의학계는 시험관아기 시술비용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한가지 방법은 투여 약물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이는 소위 ‘mild IVF’ approach라고 불리고 일본, 프랑스 쪽에서 인기가 좋다. 다른 한가지 방법은 시험관 lab실 비용을 저렴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shoe-box-sized IVF laboratory라고 불리며, 영국, 포르투갈, 가나 쪽에서 주로 사용된다.

내가 알기로 한국의 경우는 시술비용을 낮추는 노력이 크지는 않다. 이보다는 정부에서 시술비용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된다. 지자체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시험관 시술은 (지원을 받는다면) 거의 공짜로 알고 있다. 이에는 한국의 낮은 의료비용도 한몫을 하고 있다.

결론을 짓자. 사실 나는 출산율이 낮아서 GDP가 낮아진다는 이야기에 좀 시큰둥 한편이다. 권남훈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출산율을 높여서 국가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정부재정에는 영향을 미치겠지만 말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왜 출산율이 낮아지는 가이다. 앞에서 언급한 이탈리아 사례처럼,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보장이 안되고 경제전망이 좋지않아 사람들이 아이를 낳기를 꺼린다면, 이는 사람들이 더이상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니 그것이 더 암울하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이것이 경제 활력을 잃게 하는 일일런지도 모르겠다.)

경제 논리를 떠나서 사람들이 원하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데에, 의학적원인이 있거나 (난임), 사회적인 원인이 있다면 (유아 빈곤률이나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 그것이 더 안타까운 일이다.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것은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이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여전히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성을 쫓아내고 심지어 죽이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난달 케냐에서는 한 재봉사가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부인을 칼로 찔러 살해하려는 살해 미수건이 있었다.)

사족이지만 하나만 더하자. 반대로 세상에는 아이를 갖지 않고자 했으나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가난한 국가들은 적절한 피임이 이루어 지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생긴다. 인도나 나이지리아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의외로 인도 사람들은 아이를 많이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지 자료를 참조하면 인도사람들은 평균적으로 1.9명 정도 자녀를 가지는 것을 이상적으로 본다. (아래 그림 참조) 인도나 중국 같은 경우는 오히려 서구 국가들보다 더 적은 수의 아이를 원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들은 더 많은 아이를 가지는 데, 이는 적절하지 못한 피임으로 생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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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The Economist | Demography and desire: The empty crib (8월 27일자)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출산율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의학적으로만 본다면야 피임의 보급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피임의 보급은 ‘성적인 쾌락’과 ‘임신’을 분리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한 윤리적, 종교적 관점의 고찰 또한 내가 관심있는 주제이긴 하지만 여기서는 주제를 벗어나니 넘어가기로.)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적절한 피임이 이루어지지 않는 청소년이나 빈곤층은 여전히 출산율이 높다. 아이를 원하지만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고통이나 원치않는 아이를 가진 부모들의 고통은 동일하게 힘든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 준비가 되지 못했더라도 아이를 키우는 일은 키우기 전에 예상했던 것 보다는 큰 기쁨을 준다는 것은 덧붙이고 싶다. 물론 내가 육아에 한발 비켜선 남성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 인지도 모르겠다.

참고자료
저출산 문제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 전환 (권남훈 교수님 블로그)
페미니즘은 출산율을 높일까? 노르딕 모델의 고유한 가치 (산타크로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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