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네거티브 선거

이번달 초 민주당 후보 1차 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샌더스가 힐러리의 이메일 논란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I know it may not be good politics, but the American people are sick and tired of hearing about your damn emails.”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각오를 하고 말하건대, 미국인들은 그 놈의 이메일 얘기는 이제 지겨워한다.)

당시 나는 토론을 귀로 흘려 들으면서 딴 짓을 하고 있었는데 (페북, 트위터, 블로그 등등의 잉여질…) 깜짝 놀라서 아이폰을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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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CNN)

멋있는 것 인정한다. 네거티브 전략을 쓰지 않겠다는 뚝심이 샌더스 답다. 그러나 본인도 말했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이다. 쫓아가는 입장에서는 네거티브 전략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게다가 샌더스는 지지율 상승이 정체되는 추세다. 물론 세상일이 계산 만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니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 (바이든이 돌연 출마 선언을 한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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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Huffpost Pollster)

혹자는 (네거티브를 안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부러워하더라.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이런 일은 미국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2012년 미국대선. 당시 나는 미국 현지에서 롬니와 오바마 선거전을 지켜볼 수 있었다. 선거는 막판으로 갈 수록 치열해 졌다. 그런데 막판에 롬니에게 터진 치명적인 스캔들이 하나 있었다. 그게 바로 47% 발언이다.

“오바마는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47%의 미국인들의 지지에 의존한다” “이런 사람들을 걱정하는 게 내 일이 아니다” 같은 발언을 한 동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이런 호재를 놓칠 이유가 있을까. 티비에서는 네거티브 광고가 지겹도록 반복되었다. 47% 동영상이 계속 나왔고, 롬니 측에서는 질세라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면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다’라는 광고를 했다. 상당히 원색적이다. 물론 이런 광고를 선거 캠프에서 직접 집행하는 것은 아니다. 형식적으로는 독립된 각 후보 지지 단체의 이름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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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final presidential election results: source wikipedia)

단 특이한 점이 있다. 네거티브 광고는 주로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서 방영된다. 당시 내가 살았던 노스캐롤라이나*는 스윙스테이트로 들어갔기에 네거티브 광고가 주구장창 나왔던 것이다. 네거티브 전략은 확고한 지지층에는 별 영향이 없겠지만, 애매하게 관전하는 사람에게는 조금씩 효과를 보이는 확실한 전략이다.

승리가 확실한 지역의 광고는 다르다. 선거기간 중에 뉴저지를 갈일이 있었는데 (뉴저지는 민주당 텃밭이다.), 대부분의 광고는 점잖았다. 차분하게 정책을 선전하는 정도로 만족한다. 굳이 네거티브를 하면서 손을 더럽힐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미국의 특이한 대통령 선거 제도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대선은 알다시피 간접선거이다. 50개 주에서 각 주의 선거인단을 뽑고 그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다. 주마다 (2개주를 제외하고서)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인 선거제도이기 때문에 압승이냐 간발의 차이로 승리하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 이를테면 플로리다는 27명의 선거인단이 있는데, 10:17로 이기던지 1:26으로 이기던지 관계 없이 이기는 당이 27표를 획득한다.

어쨌든, 이번 선거도 여러모로 볼거리는 풍성하다. 선거권이 없는 나는 그저 남의 집안 싸움 구경하는 기분이다. 아참, 싸움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정치의 본질은 싸움이기도 하다.

*주: 당시 노스캐롤라이나는 크게 봐서 경합주에 들어 갔다. 그러나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서 오바마는 노스캐롤라이나를 포기하고 오하이오, 버지니아, 플로리다에 집중했다. 결론은 알다시피 압승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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