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과 편견 그리고 직관에 대하여

딸아이랑 복면가왕을 즐겨본다. 프로그램이 내세우는 가치는 ‘편견을 깬다.’이다. 평범한 막귀인 내가 찍는 승자는 판정단과 다를 때도 많다. 가면을 벗은 탈락자들은 내게 의외의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사실 가수의 이름값을 인지하고서 노래를 즐기는 것도 노래를 감상하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영화 평론의 평점 같은 것을 사람들이 보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편견이 언제나 나쁜 것은 아니다. 빠른 판단을 필요로 할 때, 이성보다 더 빨리 움직여서 생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직감은 편견의 (긍정적인 방향의) 동의어이다. 사자가 나타났을 때는 생각하기 전에 움직여서 자리를 피해야 한다. 사자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따진다거나, 사자가 배고픈지 여부를 관찰하는 것은 어리섟은 일이다.

재미있는 article이 있어서 공유한다. Article에서는 몇가지 사례가 나온다. 포도주 블라인드 테스팅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클래식 음악 오디션 실험도 나온다.

클래식 음악 오디션 실험 사례가 상당히 재미있다. 복면가왕과 비슷한 컨셉의 실험이다. 실제 클래식 오디션의 최종 3명의 비디오를 보여주고 평가를 내리게 한다. 첫번째 그룹은 소리만 들려주었고, 두번째 그룹은 소리를 포함한 비디오를, 세번째 그룹은 소리를 제거하고 비디오 만 보여주었다.

어떤 그룹이 실제의 오디션 결과와 일치하는 판단을 보여주었을까? 흥미롭게도 소리를 제거한 비디오 만 보여준 그룹이다. 이 실험은 전문가 집단과 일반인에게 같이 실시 되었는데, 둘다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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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전문: The Science of Snobbery: How We’re Duped Into Thinking Fancy Things Are Better (The Atlantic, 2013년 9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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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 기사의 많은 부분은 노벨상 수상자 다니엘 카네만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 기초한 것 같다. 아무래도 이 분야의 선구자인 카네만을 벗어나기는 힘든 것 같다.

미국의 육아휴직/출산휴가

어제 아마존이야기를 하면서 대부분 미국 회사에서는 (남녀 모두) 육아휴직/출산휴가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동영상을 봐도 좋을 듯하다.

대충 요약하자면, mother’s day라며 모성을 찬양하는 광고를 해대지만, 직원들에게는 출산 직후 출근을 강요하는 미국회사의 현실을 꼬집는 개그이다. (미국은 시장경제에 맡기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비판의 화살은 주로 정부보다는 개별 주체인 기업을 향한다.)

나도 궁금해서 찾아보았더니 출산/육아 휴가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나라는, 파푸아 뉴기니를 제외하면 미국밖에 없다. 위키피디아에 잘 정리 되어 있다. (링크: Parental leave) 비교대상이 OECD가 아니다…^^

우리나라 언론은, 구글의 공짜 점심은 식상하리만큼 보도하면서, 이런 이야기는 왜 하지 않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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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wikipedia)

아마존과 미국 회사

아침에 딸램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오는 길. NPR 뉴스에서 아마존의 직장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한참이다. New York Times에서 1면에 아마존의 직장 문화에 대해 보도를 했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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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내용인가 궁금해져서 기사를 찾아 보았다. 아마존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업무강도가 높기는 하더라. 이전에도 비슷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기에 아주 놀랍지는 않았다. 내가 아는 몇몇 분들도 1~2년 있다가 해고를 당하거나 자연스럽게 그만두었다. 수평적인 구조라서 진급이 힘들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그리고 사람을 상당히 많이 뽑는데, (우리회사 입사 동기 중에 한명도 작년에 아마존으로 옮겼고, 딸아이 친구 앤도 아빠가 아마존에 입사하면서 시애틀로 이사를 갔다.) 나가는 사람이 많아 인력 turn-over가 아주 빠르다.

기사 내용은 조금 극단적인 케이스를 가져다 쓴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류의 기사는 아니다.) 퇴사자는 이전 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게 마련이다. 이혼한 사람에게 전배우자에 대해 묻는다면 무슨 대답이 돌아오겠는가.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기사가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들었던 몇몇 사례와 일치하는 부분도 있었고…

NYT가 과하게 이슈화 하긴 했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이슈를 만드는 능력이 대단하다. 한국 언론기관이 회사 이름을 직접 거론하면 이런 류의 기사를 쓰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아마존은 이미 유통업계 1위이고 핫한 뉴스를 매달 쏟아내는 기업이다. 직장 문화에 대한 문제제기로는 제격인 회사이다. 미국 회사도 파보면 직장 문화에 문제가 많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특히 직원 입장에서는… )

돈 주면서 왕처럼 대우하는 곳은 없다. 미국 회사 대부분은 근무 강도로만 보면 한국의 직장을 넘어서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퇴근 후에도, 휴일에도, 휴가 기간에도, 업무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내가 미국와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은 육아휴직/출산휴가인데, 대부분의 미국 회사들은 육아휴직/출산휴가가 없다. (남녀 모두) 상황에 따라서 필요하다면 무급으로 쉬는 정도이고 이마저도 그렇게 편하게 사용하지 못할 때가 많다. (관련 포스팅: 미국의 육아휴직/출산휴가)

미국 안에서도 직장 문화에 대한 문제제기는 간간이 있지만 시장논리가 우선할 때가 더 많다. NYT가 이렇게 이슈를 만들어 가는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물론 당사자인 아마존 측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영문 원본 기사: Inside Amazon: Wrestling Big Ideas in a Bruising Workplace (NYT 2015년 8월 17일자)

한글 번역 (계란 소년님 블로그): 인사이드 아마존 : 가혹한 직장에서 거대한 발상과 씨름하기

제프 베조스 반박기사: Jeff Bezos says he doesn’t recognize ‘soulless and dystopian’ Amazon (The Verge 2015년 8월 17일자)

미국회사와 cultural fit

미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한국인은 드물다. 미국 학교에서 마주치는 그 많은 한국 유학생을 생각해보면 의아해질 정도이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cultural fit이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Cultural fit 또는 조직 문화와의 궁합. 미국에서 구직활동을 하던 시절, 나를 가장 애먹였던 부분이다. (여전히 고전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미국 회사가 공평하고 능력위주로 돌아갈 것이다라는 나의 선입관과는 달리, 미국 사회에서 인맥과 사교성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성별/인종/나이/종교로 대놓고 차별을 하지 않는다. 다만 cultural fit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스포츠 팀 응원, 같은 취미 생활, 같은 학교 출신, 유머감각 등등이 성공(또는 취직과 승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예를 들자면, 우리 기준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투자은행에서 오퍼를 받는 친구들은 대부분 남성적인 취미생활을 가지고 있으며, 칵테일 파티 같은데서 미식축구 수다로 분위기를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사교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누군가는 나에게 한국도 그렇지 않는가라고 물을 수 있을 듯 하다. (심지어 우리는 나이를 이력서에 적고서 대놓고 차별을 하기도 한다.) 당연히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유사한 점이 있다. 자기와 일을 하기 편한 사람에게 기회를 더 주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한국 회사와 미국 회사를 모두 경험해 본 바에 의하면, 우리와 미국의 평가 기준은 조금 다르다. 거기까지 이야기 하자. 더이상 이야기 하면 넋두리가 될 듯 하다. ^^

어쨌든, 미국 회사 생활하면서 내가 느꼈던 점을 꼭 집어 정리해준 기사가 있어서 저장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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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번역: “조직 문화와의 궁합(Cultural fit)”, 제대로 된 인재 채용 기준으로 삼으려면? (News Peppermint)

원문: Guess Who Doesn’t Fit In at Work (NYT, 5월 30일자)

+ 덧: 마침 뉴페가 한글 번역을 했기에 링크를 추가했다.

First day of school

초등학교 입학식이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꽤나 추웠고, 교장선생님 훈화가 길었던 것 같은데 그 기억은 입학식이 맞는지 아니면 매주 있었던 야외 조회시간 중에 하나였는지 확실하지는 않다. 학교에 가려면 가파르고 길다란 언덕을 지나야 했다. 왜 그시절 초등학교들은 하나같이 언덕위에 있었던 것일까. 오른손에 신발주머니를 앞뒤로 흔들며 왼손에 도시락 가방을 들고서 내 몸만큼이나 큰 책가방을 매고 헐레벌떡 학교에 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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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e-영상 역사관)

학교 이름은 신명국민학교였다. 나의 성과 똑같이 ‘신’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친구들이 놀렸고 나는 그게 싫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닌 건데, 아이들은 말장난을 참 좋아한다. 겨울이면 학교 뒷편에 논바닥을 얼린 스케이트장이 열린다. 아마 서울에서 마지막 남은 논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논바닥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다가 비닐하우스에 설치된 간이매점 떡볶이를 먹다보면 겨울 방학이 지나고 개학을 했다.

아내는 어린시절을 독일에서 지냈다. 나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이름은 커녕 얼굴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데, 아내는 세세한 것까지 기억하고 있다.

선생님 이름은 Frau Ruppel. 반에는 스무명의 친구들이 있었어. Silke, Ida, Boris, Natascha, Carmen, Sascha, Sonja. 잠깐 그 나타샤가 내가 아는 그 나타샤야? 맞아. 유치원을 같이 다녔는데 초등학교도 같이 갔어. 옛날 얘기하니까 독일에 가고 싶네.

오늘은 딸아이가 학교에 입학한다. 담임은 20대 금발의 아가씨. 반 친구들은 스무명이 조금 넘는다. 아시아계는 두세명. 인도계 대여섯명. 흑인 대여섯명. 북유럽 출신 조금. 나머지는 백인이다. 아내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했다. 딸아이는 몇주전 부터 맥락없이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던진다. 은근한 두려움을 저렇게 표시하나보다.

아이와 나는 전날 잘 잤고, 아내는 밤새 잠을 못이뤘다. 그렇게 수선하고 분주한 등교 첫날 아침이 시작되었다.

세가지 종류의 사이렌 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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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에 따르면, 사이렌은 세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경찰차의 경우는 짧고 다급하게. 삐삐삐 삐요. 삐삐삐 삐요를 반복한다. 소방차는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아주 길게 지른다. 삐~~~이 뚜뚜뚜 삐~~~이. 구급차는 애닯은 목소리를 끊임없이 반복한다고. 삐뽀삐뽀.

듣고 보니 그렇다. 사이렌 소리는 각자 사연을 가지고 있다. 사이렌이 울릴 때마다 호기심에 가득찬 얼굴로 달려가서 귀기울여 소리를 듣더니. 그 사연을 듣고 있었나보구나 너는.

독일 경제와 미니잡

일전에 주요국가 부동산 가격 추세 그래프를 올린 적이 있었더랬다. (한국을 제외하고) 인상적이 었던것은 독일이었다. 독일의 부동산은 몹시 안정되어 있었다. 그 후에 몇가지 자료를 찾아보고서 독일인은 전통적으로 집을 소유하기 보다는 임대를 하고, 저축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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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예전에 올렸던 각국 부동산 가격 추세 그래프)

독일 경제는 상당히 흥미로운데, 존경하는 블로거 Santacroce 님께서 독일 관련 자료들을 잘 정리해 주셔서 공유한다.

고통을 견딘 독일인들과 ‘미니잡’ 그리고 독일 경제

개인적으로 되새기는 의미에서 정리하자면

  • 전통적으로 독일인은 주택을 임대하며 안정된 사회보장제도 하에서 저축을 했고, 정부는 이 돈으로 재투자를 해왔음.
  • 그러나 이 과정에서 평범한 독일인은 경제적인 혜택을 못받았는데 이유는 1) 부동산 자산이 적어 집값상승의 혜택을 못봤음. 2) 임금 상승률은 유럽 국가 중에 가장 낮은 수준
  • 독일이 유럽의 환자로 불리던 시절 독일 경제는 동독재건으로 역량을 다 쏟아 부었고, 독일인들은 큰 부담을 지고 버텨왔음.
  • 예를 들자면, 당시 암시장에서 1:4의 비율로 거래되던 동독마르크를 1:1로 교환을 해주었는데, 이렇게 되니까 당장 동독 사람들은 거져 돈을 벌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서독 사람들의 돈을 공짜로 준셈이고, 높아진 임금으로 인해 동독 기업들은 문을 닫아야 했다.
  • 당시 노동 시장 유연화를 위해 도입된 조치 중에 하나가 미니 잡이라는 것이다. 이는 쉽게 말하면 단기 비정규직 일자리인데, 현재 독일의 일자리의 20%가 미니잡이다.
  • 반면, 기업들은 유로화와 (실질적인) 임금하락으로 호황을 누림.
  • 의외로 독일의 학력별 임금차는 높은 편. 거의 무상에 가까운 대학 등록금을 생각하면 중산층에 세금을 몰아주는 역진성을 보이기도.
  • 최근 독일도 점차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

아참 글고 보니 작년에 내가 독일 경제에 대해 끄적여둔 글도 있다. 독일 경제에 대한 내 의견은 그때와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