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의 기억들

New_McDonald's_restaurant_in_Mount_Pleasant,_Iowa

(image source: wikipedia)

딸아이의 생일

아이의 생일 파티 장소를 물색하는 중이다. 올해는 한국에서 생일을 치른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주 못보는 손녀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좋은 장소에서 해보려고 한다. 어버이날 식사를 겸해서 아마 부페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한국은 부페가 워낙 비싸서 부담스럽긴 하다.

아이가 옆에서 듣고 있더니 뾰루퉁 하다. 못마땅한 표정을 모른 척 넘어가기 힘들어 이유를 물어보았다. ‘내 생일 파티인데 내가 장소를 골라야지!’ 그래서 대체 어디를 가고 싶냐고 물어보았더니, 가고 싶은 곳이 맥도날드란다. 딸아이 답다. 생일 때 말고 언제 한번 데려가기로 했다. 하긴 외식이 흔하지 않았던 나의 어린 시절, 나도 생일 파티를 버거집에서 하고 싶었다.

아이는 맥도날드를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의 식습관을 생각해서 특별한 날만 가는 곳으로 정해놨다. 그래서인지, 외식을 할 때 어디갈까 물어보면 언제나 맥도날드다. 키즈밀에 따라나오는 장남감도 좋아하고, 프랜치 프라이도 좋아한다. 특히 케찹을 좋아하는데, 케찹을 먹기위해 프라이를 먹는 것인지 프라이를 먹기 위해 케찹을 먹는 것인지 헤깔릴 정도이다. 그렇게 보니 녀석이 생일파티 장소로 맥도날드를 생각한 건 당연하다.

아이 엄마의 입덧

아이가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였다. 세상의 모든 예비 아빠가 그렇듯, 나도 마눌님이 입덧을 하면 무엇이든 구해주리라 마음 먹었다. 경험자들에 의하면 족발/냉면/곱창/우유/레몬즙 등등… 뭔가 특이한 것이 먹고 싶을 때가 많다고 했다.

마눌님께서 원한 음식은 지극히 평범했다. 맥도날드 빅맥 세트. 당시 우리는 한국에 있었다. 마눌님께서는 미국에서 자란 지라 입덧 때 지극히 미국적인 음식이 먹고 싶었고, 가장 미국적인 음식으로 빅맥이 떠오르셨단다. 그래서 빅맥 세트를 전화로 주문했고 나의 입덧음식 조달은 싱겁게 끝났다. 너무 싱거운 것 같아서 다른게 없냐고 물었더니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하신다. 그것도 역시 배달로 해결했다.

생각해보니 딸아이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도 맥도날드를 찾았다.

첫번째 패스트 푸드

딸이 어렸을 때, 마눌님은 먹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 어디에 가도 딸아이 먹을 것은 따로 만들어 챙겨 다녔다. 어쩔 수 없이 사먹어야 할 때도, 소금을 빼고 요리해달라고 주문했다. 노력의 효과였을까. 아이는 가리는 것 없이 잘 먹고, 저염식을 선호하며, 채소도 잘 먹는 편이다.

2013년 봄. 독일 친구 집에 머물렀다가 스위스로 넘어가는 길이었다. 차를 타고 하는 장거리 여행이었는데, 독일과 스위스 국경지대를 지나쳐야 했다. 아침에 프라이부르크(Freiburg)에서 출발해서 점심 때는 국경지역의 작은 도시 콘스탄츠(Konstanz)를 지나쳤다. 로드 트립의 중간에 미리 음식을 챙기기는 쉽지 않다. 또 낯선 시골 도시에서 제대로 된 음식점을 어디에서 찾는단 말인가. 나는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때울 것을 강하게 주장했고, 마눌님은 마지못해 승낙했다. 딸아이가 처음으로 패스트푸드를 먹는 순간이다.

한적한 독일 시골에서 동양인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맥도날드에 들어서자 시선은 우리에게 집중되었다. 맥도날드의 알바생은 영어를 한번도 안해본 친구였다. 나는 손짓발짓을 동원했지만, 그는 당황했고 결국에는 매니저를 불렀다. 우여곡절 끝에 빅맥과 키즈밀을 주문했다. 그러나 식사를 하다가 냅킨과 플라스틱 포크를 가져와야 했을 때는 독일어가 되는 마눌님께서 나서야 했다.

드디어 첫 키즈밀. 아이는 세상의 맛을 처음 본 냥 행복해 했다. 그때부터 아이의 프랜치 프라이 사랑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키즈밀 장남감 수집도 그때 시작하였다. 독일/스위스/프랑스/이탈리아 등등 새로운 나라에 갈 때마다 키즈밀 장난감을 모으기 시작했다. 재미도 쏠쏠 하다.

그럼 나는?

사실 나는 맥도날드에 별 애착이 없다. 어렸을 때는 롯데리아를 사랑했고, 커서는 버거킹을 선호했다. 캐나다에 1년 있을 때도 맥도날드 보다는 웬디스였다.

그래도 미국 밖을 나가면 한번은 맥도날드에 가게 된다. 맥도날드는 참 미국적이고, 이상하게 미국 밖을 나가면 미국적인게 가끔 생각난다.

맥도날드 현지화 전략을 살펴보는 건 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배달이 되서 좋고, 유럽의 맥도날드는 커피가 좋다. 맥카페 전략으로 맥도날드에서 가격 대비 괜찮은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잘 모르는 곳에 가서 어설프게 음식점 찾느라 고생하는 것 보다는 맥도날드가 안전한 선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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