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말과 글

말과 글은 그사람의 지적인 수준을 드러낸다. 5년 전인가 서울에서 지하철에 탔을 때 였다. 한 이쁘장하게 생긴 처자가 전화를 받는다. 그런데 그 처자가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이 좀 신기했다. 그처자는 ‘대박’이라는 단어 만을 사용하여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대박~’, ‘대~에~박’, ‘대!박!’. 아 하나 더 있다. ‘왠일이니?’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되는 사람들이 잘 쓰는 말이 있다. ‘Oh my God!’와 ‘you know’이다. 나도 처음에는 미국 사람스러운 감탄사를 적절하게 섟어주는 것이 영어를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내다보니 이런 표현을 많이 사용하면 오히려 없어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딸아이도 그랬고 나도 그렇고 언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슬랭이나 욕을 먼저 배운 다는 것이다. 그런 말을 쓰고 나면 네이티브에 가까워 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처음 우리말 욕을 배웠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왠지 표현을 속 시원하게 한 것 같았다. 자극적인 표현은 내 속에 진실함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나는 꾸밈말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적절한 꾸밈말(부사,형용사)은 더 정확한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말을 할 때에 꾸밈말을 필요이상으로 사용하는 것은 표현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는 일이다. 말의 기본 구조, 그러니까 주어, 동사, 목적어를 사용하고서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불필요한 단어를 덧붙이게 되는 것이다. 정확하고 논리적인 언어 사용을 노력하다 보면 불필요한 꾸밈 말이 본질을 흐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딱딱 끊어지는 단문을 좋아한다. 이것은 어느 정도 취향의 문제이다. 말에서 곁가지를 다 치고 필요한 내용만 남기면 취할 것이 많지 않다. 마치 그림에서 비본질적인 요소를 다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은 추상적인 몇개의 선인 것과 같다. 어떤이들은 장식적인 말과 장식적인 그림을 좋아하지만, 나는 본질만 남아 있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서 듣는/읽는/보는 사람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다. 너무 말/표현이 과하면 부담스럽다. 쓰는/말하는/그리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똑같이(!) 느끼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

사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단문을 잘 쓰지 못하며, 과도한 표현을 할 때가 많다. 나의 문제는 한 문장에 너무 많은 생각을 집어 넣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 글을 쓸때도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중구난방이 되곤 한다. 심지어는 과함에 대해 논하는 이 글을 쓰면서도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생각을 사용하고 있어 민망하다. 그래서 글은 다듬어야 하고 계속 다듬을 수록 좋은 글이 나온다.

cathedral2009

요즘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을 읽고 있다. 카버 아저씨 작품의 미덕은 딱 필요한 그만큼만 말한다는 것이다. 레이먼드 카버는 하루키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하나이다. 하루키는 꾸준히 카버의 책을 읽으면서 말의 리듬감과 호흡을 조절하는 감을 유지한다고 한다. 나는 하루키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군더더기 없는 표현과 문장은 매력적이다. 문장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빼고 나면 거기서 독자는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그렇다고 너무 빼기에만 집중하면 논리가 흐트러진다. 글을 쓰는 사람은 머리속에 모든 생각이 다 들어 있기 때문에, 생략하고 넘어가기가 쉽다. 그러나 논리의 고리 중 하나라도 빠진다면 그 글은 죽어버린다. 그래서 글을 잘 쓰기는 어렵다. 딱 필요한 만큼만 들어가고 빠져야 한다. 너무 과하면 부담스럽고, 너무 적으면 독자가 이해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는 반복해서 글을 다듬으면 해결된다. 그러나 그 과정은 지나치게 고통스럽고, 지루하다. 그래서 프로페셔널 문장가들은 대부분 엉덩이로 글을 쓰는가 보다.

+ 덧: 이 글은 참고로 퇴고를 하지 않았다. 날 것 그대로의 생각을 적어봤는데, 나는 프로페셔널 작가가 아니니까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블로그만 하면 먹고사는데 지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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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houghts on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말과 글

  1. 학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overstatement 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는 걸 모른다고 말한 건 용서할 수 있지만, 모르는 걸 안다고 이야기하는 건 위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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