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의 가계부채

회사에 부하직원이 있다. Denzel 이라는 20대 초반의 신입사원이다. (미국남자는 군대를 안가니까…^^) 그친구가 며칠전 퇴근할 때 차가 막혀서 고생한 적이 없느냐고 묻는다. 그랬다고 하니 바로 자기차가 원인이었다고 한다. 차가 퍼져서 길거리에서 고생을 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 친구는 폐차직전인 차를 몰고 다닌다. 그친구는 돈을 모아서 좋은 차를 사기 위해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 처음 와서 놀란 건, 길거리에 폐차직전인 차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뒷 유리창이 깨진 상태에서 비닐로 대충 가려서 다니는 차, 부러진 백미러를 청테이프로 칭칭감아서 다니는차 등등 정말 우리기준으로는 어떻게 저러고 다닐까 싶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차없이 버스/지하철을 이용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뉴욕/LA 같은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미국에서 차가 없이 생활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몇달만 살아봐도 가족 수만큼 차를 굴려야하는 미국 삶을 이해하게 된다.

차뿐만 아니라 대학을 갈 때는 대학 학자금이 필요하고,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집을 사게 되었을 때 모기지까지 빚을 지게 된다. 딱히 낭비를 해서라기 보다는 젊은 시절에는 가진 게 몸뚱이 밖에 없고 수입이 작은데 생활의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빚을 지게 되고 결국 이 빚을 갚다가 끝나게 되는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는 미시경제학에서도 연구되어진 토픽인데, 1950년대 모딜리아니 교수는 Life cycle income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관련 도표는 아래와 같다. 쉽게 말하면 지출은 어느정도 일정한데 수입이 못따라 주기 때문에 30대까지는 빚을 지고 산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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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연구는 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나는 막연하게 다르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우리나라 사례에 대한 통계자료를 KDI에서 발표하였기에 공유해 본다. 다른 각도에서 본 데이타들이 더 있는데 흥미 있는 분들은 원문을 보시기 바란다.

재인용: 채훈아빠 블로그 (가계 부채의 연령별 구성변화)

원출처: KDI 현안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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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데이타를 보면 미국의 경우 life cycle hypothesis가 상당수 맞는 것을 볼 수 있다. 왼쪽 차트에서 미국은 20/30대는 소득대비 부채가 높다가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부채비율이 작아진다. 한국의 경우는 정반대이다. 나이가 들수록 부채의 비율이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되는 원인에 대해서는 딱히 통계자료나 연구자료를 본적은 없다. 그래서 미국/한국에서 다 살아본 내 경험을 토대로 몇가지 가설을 세워보았다. 딱히 연구자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머리속에서 나온 생각이기에 누가 반론들어오면 할 말은 없다. 근거자료나 인사이트가 더 있으신 분 있으면 알려주시라.

첫번째 가설 – 노년층은 부동산은 사두면 득이된다는 전략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이분들은 10%씩 경제가 성장하던 시기를 지내온 세대이고 부동산 불패 신화를 여전히 믿는 분들이시기에 그러하다. 그분들에게는 빚을 지고 무리를 해서라도 자산을 늘리는 것이 체득된 재테크 지혜이다.

두번째 가설 – 20/30대의 빚을 50/60대가 감당하고 있다. 지금의 50/60대는 부모님이 소팔아서 공부를 시키신 은혜를 경험한 세대이다. 당연히 자식의 학자금/전세자금/혼수는 부모의 부담이다. 그러나 이분들이라고 몇억씩하는 전세금/학자금을 땅을 파서 만들어 내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주택담보 대출로 대학등록금/결혼자금을 마련해 주셨을 것이다.

세번째 가설 –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제도가 젊은 층의 주택 구입 부담을 줄여주었다.

사실 전세제도에 대한 이야기는 논란이 될 수 있는 이야기인데, 미국에서 피같은 렌트비를 몇년정도 날리면서 살다보니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린 게 전세라는게 상당히 세입자에게 유리한 특이한 제도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집을 사거나 월세를 사는 선택을 해야한다. 그러다보니 안정된 중산층에 들어갔는가 하는 기준이 자기 명의의 집이 있는가? 월세를 사는가가 기준이 될 때가 많다. 그렇지만 자기 이름으로 집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은 빚이다. 모기지라는 상품이 20~30년의 장기 대출이기 때문에 복리로 집값을 갚다보면 이자가 원금보다 커지게 된다. 요즘은 이율이 4% 조금 못되는데, 계산해 봤더니 30년 복리면 원금의 90% 가까이 이자를 지불한다. 3억짜리 집을 샀다면 5~6억을 지불하는 셈이다. 저금리 시대인 요즘도 그러한데 예전에는 돈벌어서 은행에 다 갖다 바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을 듯.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세가 있어서 다르다. 어디선가 전세는 본질적으로 사금융이다라고 말하는 글을 본적이 있다. 전적으로 동감하는데, 쉽게 말하면 세입자는 집주인한테 돈을 빌려주고 그 대신 그만큼의 렌트비를 안내는 구조이다. 작은 자본으로 사금융의 채권자가 되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노력하면 집장만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던 것이다. (외국에 비해서 쉽게??) 전세금에 대한 은행이자는 월세보다 훨씬 싸고, 전세금을 전액 상환 가능하다고 가정하면 당연히 전세가 세입자에게 유리하다. 이걸 왜 사금융이라고 하냐하면, 전세금 규모의 돈을 생전 처음 보는 집주인에게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주는 행위가 전세제도가 아니고서는 도대체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세입자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집주인 입장에서는 다르다. 적은돈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누려서 집을 사는 행위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세제도가 없다면 외국이라면, 은행에서 대출을 해서 집을 구입해야하는데, 은행이 아닌 개인간의 거래(전세금)로 돈을 조달하기 때문에 렌트비라는 기회비용을 포기하는 것이다. (사금융이기 때문에 은행보다 높은 이자비용이 든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 세입자 입장만 경험했다. 집주인은 투자 수단으로 전세를 놓지만, 마치 시세에 비해 싸게 해주면 선심을 쓰는 양. 비싸게 올리면 시세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양 행동한다. 누가 누구한테 선심을 쓰는 건 아닌 금융거래(?)인데, 마치 채무자가 갑이 되어버리는 이상한 구조이다. 누군가는 전세제도로 이득도 얻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으니 (부작용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니 이정도로 마무리…) 우리나라에서만 가능한 제도 인 것이다.

이 특이한 구조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옛날에는 부동산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런 말하는 사람있을 지 모르겠지만,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2000년대 만해도 주택청약으로 집사고, 전세끼고 집사고 해서 꾸준히 모으라는 재테크 조언을 여러 어른들한테 들었었다.

우리나라 상황도 많이 바뀌고 있다. 집값은 예전처럼 오르지 않는 것 같고, 한국 계신 분들하고 이야기 해보니 전세비를 2년만에 몇천을 올려줘야 해서 이사를 갔다는 분들도 많다. 전세가 거의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아주 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예전보다는 줄어들 것이다.) 게다가 20대는 학자금 대출때문에 아우성이니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빚갚다가 끝나는 사회가 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아울러서 하나 우려스러운 것도 있다. 우리나라의 개인금융은 대부분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갚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게 집값이 무작정 올랐던 시절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 수입이 없는 노년 세대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반면에 미국은 기본적으로 이자와 원금을 같이 갚는 구조이다. (명세서를 보면 principal and interest라고 나온다.) 또 다른 차이는 우리나라는 대부분 대출이 주택담보 대출로 퉁쳐서 빌려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집을 살 때 발생하는 mortgage loan과 집을 담보로 창업을 하거나 결혼자금을 사용하는 경우는 home equity loan으로 구분하여 빌려주고 home equity loan의 경우는 더 리스키 하다고 보기 때문에 이자가 높다. 우리나라는 일회적인 소비에 대해서 대출이 쉽다보니 더 위험해 보인다.

이런 이야기는 하다보면 한도 끝도 없고 할 이야기도 많긴 한데, 그냥 이정도로 마무리 지어야 겠다. 나야 평범하게 그냥 미국 살면서 어떻게 하면 렌트비를 줄일까 궁리하는 1인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자료도 찾아보고 관심은 많지만 딱히 답은 없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빚도 안지고 내 미래도 저당잡히지 않나 고민은 많지만, 처자식 먹여살리는데에 도망갈 구멍이 보이지는 않는다. 대부분은 별 욕심없이 최대한 빚 적게 지고 아끼면서 사는게 답인 것 같기도 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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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houghts on “미국과 한국의 가계부채

  1. 좋은 글이네요. 저도 흥미롭게 생각했던 이슈였어요. 서울은 매매가와 전세가가 비슷한 지역이 늘고 있더군요.

    •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외국에 나와살다보니, 전세같이 한국에서 당연하게 보이던 제도도 다르게 보이더군요. 한발 떨어져 있을 때 더 잘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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