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회사와 조직생활

오늘은 토론 같은거 하려고 쓴글 아니고 그냥 머리 비울라고 쓴글입니다. 참고하세요…ㅎㅎ

한국에서 6년, 미국에서 1년 도합 7년 정도 보수적인 대기업의 일원으로 박박 기면서 살고 있다. 만약 군대까지 합치면 9년이려나? 조직생활 하면서 느끼는 게 한가지 있는데, 큰조직일 수록 위로 올라가면 실제 밑에서 벌어지는 일을 잘 모른다는 거다. 그나마 한국에서 덜 주먹구구식이라는 하는 삼성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 회사를 경험하기 전에는 나름 미국사람들은 합리적이지 않을까 환상도 조금 있었는데, 3달안에 깨져버렸다.

내 조직생활 경험에 의하면, 높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듣고싶은 이야기 만 골라 듣고, 복잡한 이야기 싫어하고 단순하고 명쾌하게 얘기 해주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조직에서 잘 나가려면 윗사람이 무슨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 건지…. 운만 띄워도 바로 알아 듣고 최대한 단순하고 명쾌하게 보고하는게 아주 중요한 스킬이다. (이건 내 조직 생활 경험이 피라미드 구조의 보수적인 조직에 국한되어 있어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수평적인 조직으로 유명한 구글 같은 회사는 좀 다르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치만 구글은 나의 경험밖의 이야기니까 논외.)

높은 위치가 사람을 변하게 한다…. 뭐 그런 이야기 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면 워낙 신경써야 할 게 많고 보고하는 입장에서는 그 일이 전부이지만 받는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보고 중에 하나일 뿐이다. 또 관료조직에서는 자기 윗사람도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밑에 있는 사람들의 보고를 일일히 성의껏 들을 여유가 없고, 어느 정도는 밑에 있는 사람의 권한도 존중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조금은 믿고 넘어가는 부분도 있어야 한다. 내공이 깊은 사람은 잠깐 듣고서도 보고자료의 허실을 단칼에 꽤뚫기도 하지만, 그런사람이 흔하지도 않을 뿐더러 조직이 아주 커지면… 그런게 불가능해 진다.

미국/유럽은 합법적인 로비스트가 존재하는 나라들이다. 지금까지 나는 세명의 로비스트를 만나봤다. 한명은 스위스계 제약회사 로쉐 출신의 EU 본부 로비스트 였고, 한명은 지금 우리회사 로비스트, 그리고 또 한명은 MBA 동기다. 그들을 만나 보기전에는 나는 로비스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있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로비스트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돈으로 정치인들을 매수하는 장면이나 미국 총기협회 같은 단체를 떠올리게 된다.

그 친구들은 로비스트의 모습이 그게 다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 친구들이 피력하는 로비스트의 역할은 이렇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입법과정이나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하다. 이때 기업이나 이익단체에서 관련 자료 정리해서 알려주고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자료가 로비스트들의 후원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정치가들도 그것을 감안하고 자료를 검토하고 또 반대 입장의 자료도 같이 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로비라는게 순기능도 있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한때 나는 일잘하는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잘 굴러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한적도 있었고, 굳은 신념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으로 최고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한적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솔직히 어떤 대통령이 되던지 큰 차이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대통령은 정말로 규모가 큰 조직의 최고 위에 있는 사람인데, 밑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싶다. 규모가 조그마한 회사이거나, 아니면 심지어 서울시 정도의 규모도 쉽지 않을 텐데, 한 국가라니… 또 한 국가라는 건 워낙 크고 작은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대통령이 바꿀 수 있는게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다. 또 잘해보려는 의도에서 어떤 일을 추진한다고 해서 그 결과가 의도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게 다른분야에는 규제가 되어서 부작용이 되는 경우도 꽤 된다.

예전에 아는 공무원 형하고 이야기 한 적이 있었는데, 대통령이 주제하는 회의는 첫 일년은 장관들의 발언권이 세다고 한다. 그치만 우리나라 장관들의 수명은 보통 일년이 넘지 않기 때문에 몇년후에는 거의 대통령보다 많이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한다. 그래서 몇년 되면 정책들을 좀 실행할만 한데, 이번에는 장관들이 입을 다물때가 많아서 실상하고 거리가 먼 정책이 될 가능성도 크다고. 그렇다고 외교는 더더욱 대통령이 할 입지가 적지 않나 싶다.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그동네에서 우리나라 자체가 할일이 별로 없다. 물론 대통령에 아무나 앉혀도 되는건 아니겠지. 이왕 얼굴마담의 역할이 크다면 기존 정치권하고 관련이 적은 신선한 사람이 나오면 좀 다를까 싶은 생각은 좀 든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나는 정치에 별 관심이 없다. 물론 선거할 여건이 된다면 굳이 투표를 포기 하지는 않겠지만, 딱히 큰 기대를 가지 지는 않는다. 그리고 외국에 있으면 투표할 여건이 잘 안되는 것도 사실이다. 모두들 투표를 독려하고 축제처럼 즐기는데, 나처럼 생각하면 안되는 건가? 인증샷 찍는 건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먹방도 재미나게 하니까. 살좀 빼고 인증샷찍으로 투표장에 한번 가야겠다. ㅎㅎ

오늘 회사라는 조직사회에서 치이고 나서 그냥 뻘 생각이 많아져서 이런저런 글 써본다. 쓰고 보니 너무 씨니컬하다. 이 글보고 맘불편해 질 것 같은 몇몇 페친의 얼굴도 떠오른다. 그렇다고 이렇게 길게 쓰고 포스팅 안하자니 아깝네… 용감하게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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